소아청소년과학회에 부는 변화의 바람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부는 변화의 바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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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의 위기는 이제 낯익다. 전공의 충원율은 30%대도 무너져 올해 20%대로 떨어졌으며,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일선 개원가의 불안감도 크다. 전국에 24시간 방문 가능한 소아응급실은 37%에 그치고, 어린이병동에는 아픈 아이들을 케어할 의사가 없다. 전문의 이름을 버린 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5000명에 가깝다. 악재가 엎친데덮치며 좀처럼 비상구를 찾을 수 없다.

소아청소년과에 불어닥친 살천스런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엄혹한 시간을 힘겹게 견딘다고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그렇다고 체념한 채 마냥 있을 수는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시작합니다."(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최근 열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주제는 '아동학대 극복과 저출산 대책 및 소아청소년 건강권 보장'이다. 소아청소년의 의료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가서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아동보호, 저출산, 소아청소년 건강권 등을 전문가의 식견으로 촘촘히 챙기겠다는 의지이지만, 그동안 소아청소년과가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밑거름으로 한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난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게 한다. 부족함을 돌아보게 하고 결핍을 채우게 한다.

최우선 과제는 소통과 공감이다. 

아이들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출생부터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 부모들이 격의 없이 의논할 상담자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 상담교육을 강화하고 아동보호 관련 내용도 포함했다. 진료실은 진료의 공간일뿐만 아니라 치유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 재교육 차원에서 진행하는 '아동보호 전문가' 양성도 궤를 같이 한다. 

아동보호 전문가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은 물론 사후 처리, 합병증, 심리발달, 트라우마 관리 등을 촘촘하게 아우른다는 복안이다. 따뜻하고 섬세한 아동보호에 나선다는 의미다.

저출산 정책 과정에도 실효성 있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그동안 정책 입안 과정에서 참여 요청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함께 앞으로는 부모들이 체감하는 정책 수립을 위해 학회가 적극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아동건강기본법 제정 추진도 저출산 대책과 연계된다. 정부가 법·제도적으로 아이들의 건강권을 확립하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 중심 다량 진료에서 예방과 중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도 예고했다. 

저출산 굴레 속 최악의 기피과가 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건강플래너가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 건강 관리 등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전주기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이다.

아이들의 비만과 대사질환을 검진으로 찾는게 아니라 식단이나 생활습관 예방에 수가를 투입하고, 초등학교 1년 때부터 제대로 된 학교검진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 중재, 심리발달 스크리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건강플래너로서 역할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성인이 됐을 때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게 한다. 결국 국민 건강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풀어야할 숙제도 많고 맞닥뜨린 힘들고 불편한 현실도 있다. 한 걸음도 앞으로 옮기기 힘겹다.  

그러나 머무를 수 없다. 아픈 아이들이 있고 애 태우는 부모들이 있다. 또 곁에는 소아청소년과 도반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이 있다. 함께 걷는 발걸음은 멀리 가게 한다. 

변화의 열매는 쉽게 거둘 수 없지만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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