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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두암 환자 HPV 감염률 가파른 상승세…이유는?
구인두암 환자 HPV 감염률 가파른 상승세…이유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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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두경부암 유발
백신접종, 집단면역 측면 분명한 이득…질환·암 예방 효과
질병관리청 "2024년 남성 청소년 접종 확대 위해 근거 마련 중"

남아에게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HPV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두경부암의 원인 질환으로 밝혀졌다. 두 질환의 발병률도 꾸준히 상승 추세다. 구인두암 환자의 HPV 감염률은 가파른 상승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구인두암의 80%가 HPV 감염과 연관된다는 보고도 나왔다. HPV에 의한 두경부암의 임상적 특징은 기존 경우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는 의미다. 2017년 바뀐 암 병기체계에서도 HPV 양성 구인두암과 HPV 음성 두경부암을 다른 병기체계로 분류하고 있다.

게다가 모든 암종의 5%는 HPV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경부암의 발병 양상은 나라 밖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2010년을 기점으로 구인두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을 앞서고 있다. 현재 HPV 감염은 법정감염으로 분류돼 있다. 2006∼2011년 여성 6만 775명 대상 실태조사 결과 34.2%에서 HPV 감염 상태로 확인됐다. 주로 젊은층(18∼29세) 감염률이 높았으며(49.9%), 중년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최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HPV를 전반적으로 톺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구인두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최나연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는 구인두암에서 HPV 감염률 증가에 주목했다. 

최나연 교수는 'HPV-related benign & malignant disease' 발제에서 "일상 중 HPV를 접촉할 확률은 약 80%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20%는 전암성 병변 또는 암으로 진행한다"라며 "HPV 접촉부터 암 이환까지는 10년 이상 걸린다. HPV 감염과의 연관성이 높은 자궁경부암은 검진과 백신 덕에 세계적으로 유병률 감소 추세에 있지만, HPV 관련 구인두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의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 발생 현황(2010년 기점으로 구인두암이 자궁경부암보다 발생률 증가)
■ 미국의 자궁경부암과 구인두암 발생 현황(2010년 기점으로 구인두암이 자궁경부암보다 발생률 증가)

정우진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도 HPV 연관 여부에 따라 암 병기체계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교수는 'Role of HPV in oropharyngeal cancer: update' 연제를 통해 HPV 양성 구인두암의 특징과 HPV 연관 구인두암 발생률 증가 상황을 설명했다. 

정우진 교수는 "HPV 양성 구인두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임상적인 특징이 기존 두경부암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라며 "2017년 바뀐 암 병기체계에서 이미 HPV 양성 구인두암은 HPV 음성 두경부암과 다른 병기체계로 분류했다"라며 "최근 국내도 구인두암 환자의 HPV 감염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구인두암의 80%가 HPV 감염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됐다"고 짚었다.

HPV는 모든 암종과 연관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영민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HPV 백신은 2006년 여성에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승인을 얻었다. 2007년에는 HPV가 두경부암의 하나인 구인두암 원인인자로 밝혀졌으며, 현재 모든 암종의 약 5%가 HPV가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3가지 종류로 2가, 4가, 9가 백신이 있다. 117개국에서 HPV 백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그 중 39개 나라에서는 남성도 포함하고 있다. 2년 안에 성별 구별 없이 백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는 60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 연령별 HPV 감염률
■ 연령별 HPV 감염률(출처: Lee EH, et al. J Korean Med Sci 2012; 27: 1091-1097).

남녀를 아우르는 HPV 백신 접종에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정섭 원장(경기 화성·아주시원한이비인후과)은 "전국적으로 이비인후과의원 수는 2601곳이며, 이비인후과 의사의 77%가 1차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라며 "독감백신은 물론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국가 백신접종에 참여한 경험도 쌓였다. 이비인후과 남성 의사 비율(81.5%)이 높은 것도 남아의 HPV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 접종에 대한 효용성도 제기됐다.

이상혁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는 "HPV 백신을 남아까지 확대하는 데는 비용-효과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며 "그러나 집단면역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으며, 외국 연구에 따르면 관련 질환 및 암 예방 효과도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HPV 9가 백신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감염증은 A형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HPV 감염증, 대상포진 등이다.

권근용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시행은 117개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OECD 38개국 가운데 26개국에서 남녀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정책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며, 2가, 4가 백신에서 9가 백신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남아 포함에 대한 비용-효과 평가도 진행 중이다. 이후에는 남성 청소년 HPV 예방접종 우선순위 평가 연구를 진행한다. 2024년 HPV 국가예방접종 남성 청소년 확대 근거를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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