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위한 약제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환자를 위한 약제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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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상급종합병원의 암병원이다. 암성 통증이나 완화의료를 주로 하다보니, 환자의 상당수가 진행성 암환자나 말기 암환자들이고, 처방하는 약들은 마약성 진통제·항구토제·항우울제·식욕촉진제·이뇨제 등을 비롯한 증상 관리를 위한 약이다.

암환자 특성상 70, 80대 노인들도 많고, 등록 장애인은 아니지만 기력이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다. 상급의료기관 특성상 멀리 지방에서 내원하는 환자분들도 많고, 서울 지역이라 해도 1시간 이상 걸리는 분들도 많다. 

일부 장애 등록이 되어있는 환자들을 제외하면 원외 약국에 나가서 약을 타야 한다. 암병원에서 약국까지 가려면 보통 건강한 성인 남자의 걸음으로도 10분 정도는 족히 걸린다. 거동이 불편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20분 정도는 걸릴 것이다.

환자들 상당수가 병원에 주차를 하기 때문에 본인이나 보호자가 다녀와야 하는데, 왕복시간에 약을 받기 위한 대기 시간 등을 포함하면 최소 30분에서 보통 1시간 가까이 소모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이외에, 소위 빅5라고 하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약국 앞은 불법 주차가 만연하다. 병원 바로 앞은 장애인 학교이고 30km 속도 제한의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도로 바로 옆에 주정차 금지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약국 앞에는 언제나 자동차 여러 대가 서있다.

사거리 코너에는 약을 사기 위해 내려준다고 정차하는 차량들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장면을 목격한 것 만도 여러 번이다. 소위 '민식이 법'을 만들게 된 사고의 원인은 불법 주차 차량이었지만, 어린이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환자들의 불편이나 교통 안전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약을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어떤 약을 처음 처방할 때 흔히 예상되는 부작용은 직접 설명을 해준다. 예를 들어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처방하면, 독감 유사 증상 같은 급성반응이 있을 수 있다든가, 임플란트 등에 대한 주의 사항은 루틴에 가까운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환자가 어느 약국을 방문해 어느 약사로부터 어떤 설명을 듣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을 먹고 부작용이 있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환자들은 병원으로 문의를 한다. 실제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먹고 흔히 올 수 있는 급성 반응이 나타나면, 상당수의 환자들이 병원 외래에 전화해서 간호사나 외래 직원에게 이야기를 한다. 경험 많은 간호사들은 적절히 안내해주기도 하지만, 일반 외래 직원은 결국 의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병원급에 근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필자는 원내에 나와 매칭된 약사분이 있었으면 한다. 새로 처방된 약에 대해서 효과·복용법·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친절히 잘 설명 해주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문의를 받아주는 약사분이 있으면 좋겠다.

주로 처방하는 약물에 대해서 환자에게 교육하고 강조할 내용을 그 약사분과 미리 논의하여 정해두면 좋겠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제는 지켜보고, 언제는 오게 할지 사전에 협의한 대로 환자에게 안내해주는 약사가 있으면 좋겠다.

복약지도를 할 때 처방 오류나 중복처방 등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진료 중이라도 편하게 연락을 줘서, 처방을 수정할 수 있게 한다면 약화 사고 방지에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의약 분업 시스템에서는 이런 것이 모두 불가능하다. 약국에서는 환자의 의료기록을 볼 수도 없으니 환자 상황에 맞는 설명을 할 수도 없고, 미심쩍은 처방이 있더라도 조제 약사가 일면식도 없는 처방 의사와 실시간으로 연락할 방법도 없다.   

의약 분업이 시작된 지 22년이 됐다. 전산화가 잘 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의사의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것이, 투명한 처방과 조제에 기여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처방된 약물에 대한 정보를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제도는 시대에 맞추어 보내야 한다. 의사와 약사 중 누가 약을 선택할 것인가, 그래서 누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것인가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환자들이 비 오는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약을 사기 위해 고생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 환자들이 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제도로 가면 좋겠다. 의사와 약사가 서로 피드백 할 수 있어야, 환자들에게 더 좋은 약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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