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적정성 없음'→'적정성 있음' 뒤짚힌 평가 결과에 의문 제기
"임상적 유용성 불명확한데 약값으로 급여 결정, 제도 취지 맞나"
급여삭제 벼랑 끝에서 회생했던 '고덱스(성분명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가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됐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급여 재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요청하고 나선 까닭이다.
보건복지부는 11월 23일 건정심에 2021~2022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인 7개 성분 의약품에 대한 평가결과 등을 보고하고, 각각의 조치사항을 반영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안의 의결을 요청했다.
2022년 약제 급여 재평가 대상은 ▲아데닌 외 6개 성분복합제(간장약·제품명 고덱스(셀트리온))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소염효소제) ▲알긴산나트륨(위장약) ▲에페리손(근이완제) ▲알마게이트(제산제) ▲티로프라미드(진경제) 등 6개 성분이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받아들여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에 대한 '1년 조건부 평가유예', 알마게이트와 티로프라마이드 '급여 유지', 에페리손과 알긴산나트륨 '급여 축소' 결정을 확정했다.
다만 약평위가 평가 결과를 뒤집어 '급여 유지' 결정을 내린, 고덱스에 대해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고덱스에 대한 급여 유지 결정이 타당한지 다시 한번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고덱스는 약평위 평가과정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약제다. 1차 평가 때 적정성 없음 결정을 받아 급여 삭제가 예고됐는데, 재심의 과정에서 제약사가 약가를 자진 인하한 영향으로 그 결과가 급여 유지로 뒤바뀐 까닭이다.
약평위는 1차 평가 당시 고덱스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며,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관련 논문들을 살폈을 때 임상적인 유용성의 근거는 분명치 않은데, 대체약제와 비교했을 때 비용은 휠씬 비싸 급여권에 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비용효과성이 급여 유지 여부를 정하는 관건이 되었는데, 재심의를 앞두고 제약사가 약가를 조정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다른 복합제 수준으로 약가를 자진 인하해 "대체 약제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없다"는 재평가 낙제 사유를 상쇄, 급여권에 남을 명분을 만든 것이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약평위의 재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가 이어졌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약값을 대체약제와 유사한 수준으로 인하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가결과를 달리한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제기다.
건정심 관계자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명확한 약제를, 약값을 깎았다는 이유로 급여권에 계속 두도록 한 결정이 '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의 취지에 맞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이에 임상적 유용성 관련 근거 자료 등 평가결과 번복의 사유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자는데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건정심은 2021년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최종적으로 급여 유지 결정을 받은 '아보카도-소야' 성분에 대한 약평위 재심의 결과에 대해서도 재논의를 결정했다.
당초 조건부 급여에서 급여 유지로 약평위 결정이 바뀐 결정적인 요인이 된 교과서 등재 과정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아보카도 소야 성분 의약품은 종근당 '이모튼'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