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음주 폐해 갈수록 '심각'...의료계·시민사회 '연대 행동' 선언

코로나19 음주 폐해 갈수록 '심각'...의료계·시민사회 '연대 행동' 선언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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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문화·국가 알코올 정책·폐해 예방 규제 '미흡' 원인
이해국 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2.6%…건강증진기금 활용해야"
의협·시민단체 '연대 행동' 결의…보건복지부·건강증진개발원 28일 '음주 폐해 포럼'

ⓒ의협신문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에 참여한 20개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 단체 대표가 연대 행동을 결의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20개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가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만들자"며 연대 행동을 결의했다.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음주 폐해 포럼)은 '음주 폐해 예방의 달'인 11월을 맞아 11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음주 폐해 포럼에서는 코로나19가 음주 폐해에 미친 악영향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음주 폐해 포럼은 보건복지부 음주폐해예방위원회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동 주관하고, 대한의사협회·대한간학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국립암센터가 주최했다. 16개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가 공동주최 단체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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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과음·폭음 등 고위험 음주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음주 폐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회식문화와 음주조장문화에서 기인하지만, 국가 알코올 정책과 음주 폐해 예방 규제가 외국에 비해 미흡한 점이 큰 요인"이라고 짚었다.

"의협은 그간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일상 속 국민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고 밝힌 이필수 의협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 적극적으로 음주 폐해 예방에 나서 대안을 제시하고, 인식 제고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우리나라 음주 폐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복지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 해야 할 역할을 살펴보고, 정책 제안과 전문가의 고견을 듣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포럼이 음주 폐해 없는 건강한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건강한 국민과 국가를 만드는 초석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포럼 1부에서는 보건의료복지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발제와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음주 폐해 감소를 위한 국가 전략 제안'을 통해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면서 "한국에서 음주 폐해 문제의 주된 원인은 알코올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국민 술 소주"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알코올이 질병 부담 1위 요인인 유일한 OECD 국가이며, 알코올 사용장애(중독) 유병률과 음주운전사고율 또한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밝힌 이해국 이사장은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알코올 관련 사망자가 2020년 처음으로 10만명당 10명을 넘었다"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알코올 폐해에 비해 치료 및 관리체계가 미비하다는 점도 짚었다.

이해국 이사장은 "알코올 사용장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비율은 2.6%로 다른 정신질환이나 외국에 비해 1/3 정도 낮다. 알코올 사용장애 지역사회 등록관리율 또한 0.7%에 불과하다"라면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원으로 흡연이나 암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제대로 실행한 정책이 거의 없다. OECD 음주정책통합지표에서 하위를 기록하는 등 정책적 장치가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국가에는 의료 및 건강 증진 서비스 책무가 존재한다"고 강조한 이해국 이사장은 "주세와 건강증진기금에서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기금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해국 이사장은 "전문가단체가 알코올 폐해의 객관적 근거와 효과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알리고, 공동선언을 계기로 시민사회와 연대해 대국민 홍보와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해서 전개하자"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살 수 있는데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일, 의도치 않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는 일,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와 내 가족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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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폐해 포럼 지정토론. 왼쪽부터 이동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좌장), 배시현 대한간학회 이사장, 정재훈 알코올전문병원협의회장, 제갈정 이화여대 교수, 민태원 국민일보 기자,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동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음주 폐해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지정토론에서는 의학계·언론·시민단체의 제안이 잇따랐다.

배시현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2019년 한국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L로, 세계 평균인 5.8L에 비해 매우 높다. 보드카를 마시는 추운 나라를 제외하면 같은 위도에서는 1위로 추정된다"라면서 "음주 부담 및 고위험 음주가 여성과 청소년에서 증가하고 있다. 또 사회경제적 활동이 왕성해 사회의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40-50대, 특히 남성에게서 유병률이 높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배시현 이사장은 대안으로 ▲치료서비스를 위한 기본법 제정 ▲고위험 환자군 모니터링 및 관리제도 확립 ▲다학제 통합진료 제도 정착 ▲맞춤형 치료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전문 치료기관 도입 ▲전문치료기관과의 연계 구축을 제안했다. 

정재훈 알코올전문병원협의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알코올 전문병원 입원 건수와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비례해 알코올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여러 사회적 기능이 마비·위축되고, 알코올 환자들에 대한 관리와 관심이 소홀해지고 있다. 환자들은 더 외로워지고 더 술에 의지하면서 음주량과 중독 증상, 각종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음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확충해 조기 서비스·조기 관리, 치료·재활서비스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밝힌 정재훈 회장은 "알코올 환자는 회복되면 사회인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기에 재정을 투입할 가치가 크다. 정책 및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갈정 이화여대 교수는 알코올로 인한 2차 폐해(간접 폐해)에 초점을 맞췄다. 제갈정 교수는 "음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로 인한 2차 폐해를 겪고 있다. 알코올 2차 폐해는 WHO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공중보건문제로 다루고 있다"면서 "음주 폐해는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효과가 입증된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 확보 외에도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하는 연구에 참여해 국민의 안전과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국민일보 기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음주에 관대한 문화로 돌아오고 있어 안타깝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우리사회가 음주에 관대한 풍토를 갖게된 데에는 미디어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면서 "인기있는 관찰 예능의 1/3정도가 음주장면이다. 교양·드라마 등 TV프로에서 음주 장면 노출과 미화가 심각하다. 언론 매체 주류 홍보기사, 유튜브·SNS·OTT 등의 음주콘텐츠가 성행하는 데 비해 규제는 거의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는 "대한의사협회와 국립암센터 등이 언론의 보도행태나 교양프로그램의 음주장면에 관해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도 미디어의 음주 장면에 관해 "최근 흡연 장면은 억제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에 과음·폭음이나 음주를 미화하는 장면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 활동이 증가하면 앞으로 음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점에서 연대선언을 하고, 시민사회가 함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자리가 굉장히 의미있다. 소비자단체로서 적극 참여해 교류를 확대하고, 음주 폐해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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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 참여단체 대표들의 연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날 포럼에 참석한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은 연대 선언은 통해 "음주로 인한 문제는 개인의 질병 차원을 넘어서는 전 국민의 건강·안전·행복에 관련한 문제"라면서 연대하고 행동할 것을 선언했다.

연대 선언에서는 △음주문화 개선에 의료인 및 전문가 솔선수범 △정부 및 국회에 동참 요청 △음주 폐해 감소 위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효과적 정책과 서비스 체계 개발 및 제안 △술은 발암물질임을 널리 알리기 △소량의 음주도 건강 위해 명시 △주류회사 사회적 책임 요구 △치료 및 재활서비스 적기 제공 지원 △지역사회 기반 다양한 회복서비스 제공 △청소년 음주 심각성 인지 예방교육 지원 △음주폐해는 개인의 질병 차원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과 전국민의 안전·행복 문제 인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및 알코올 건강 문제와 폐해 대책 기본법(가칭) 제안 △거버넌스 및 재원 마련의 구체적 정의와 효과성 있는 정책 추진 △주세 및 건강증진기금 알코올 폐해 감소법 개정·제정 △국회 포럼을 통해 정부·보건의료계·시민사회단체 소통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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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2부에서 Yin Xi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정관이 음주폐해 예방을 위한 WHO의 5대 전략을 소개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Yin Xi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정관(WHO WPRO coordinator)은 WHO 음주 폐해 5대 전략(SAFER)으로 ▲알코올 섭취 규제 강화 ▲음주운전 대책 마련 ▲알코올 치료 접근성 향상 ▲주류 광고 규제 ▲주류 가격 인상 등을 소개하며 "알코올 폐해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 2030년 WHO 제66차 집행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세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장은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비용은 계속해서 상승 추세다. 매일 14.1명이 음주로 사망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미디어 음주장면 모니터링 결과,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만연하고, 모든 금지표현이 방송에서 여과 없이 송출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아예 음주를 콘텐츠화 하거나, 연예인과 아이돌이 음주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계와 심의계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광기 음주폐해예방위원회 위원장은 "음주 폐해가 국민의 건강과 안녕 및 사회적 손실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도, 국가 정책은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정책을 촉구했다. 음주폐해예방위원회의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도 함께 제시했다.

김광기 위원장은 "국민에게 음주 폐해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산하기 위한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은 여러 의료인 및 의료학술단체가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기대를 갖는다. 의협 등 전문가단체가 함께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 폐해 포럼에 참여한 보건의료계 및 시민사회 단체는 활동 강령을 개발하고,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해 연대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국회포럼과 공청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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