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중심-성과 바탕' 전공의 수련 위한 12가지 조건

'역량 중심-성과 바탕' 전공의 수련 위한 12가지 조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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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전문의제도 도입·수련위원회 설립·실제 진료 참여 보장
지역별·컨소시엄별 수련 통해 다양한 진료 경험 기회 제공
사회적 책무성 실천 프로그램·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지원 필요

진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역량 중심-성과 바탕'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도출을 위해서는 먼저 어떤 문제들이 해결돼야 할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한국의 새로운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선행 연구>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공의들이 임상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 수련·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해야 할 열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의 전공의 제도는 1951년 첫 발을 뗀 후 지난 70년간 큰 변화없이 유지됐다. 시행 초기 의국 중심 수련제도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으로 30년, 내용면에서는 40년 이상 격차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전문의를 취득하더라도 해당 전문과목 전문의로서 독자적인 진료 역량을 갖추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 현행 전공의 수련제도와 역량중심-성과바탕 수련 비교
■ 현행 전공의 수련제도와 역량중심-성과바탕 수련 비교

이번 연구보고서는 ▲역량 중심, 성과 바탕 수련 프로그램 구축 ▲환자 중심 새 마일스톤, 위임가능 전문직무(EPA) 기반 수련시스템 구축 ▲전공의 수련 졸업 기준, 전문과목 독자적 진료능력 획득 목표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공통역량 수련 도입 ▲전문과목별 전문역량 설정 시도 ▲사회적 책무성 실천을 위해 전공의 수련과정부터 공익 관련 수련 의무화 고려 ▲수련 교육의 질적 향상을 담보하기 위해 교육전담 지도전문의 중요성 연구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 가능성 논의 등에 목표를 두고 작성됐다.

첫 선행 과제는 수련병원별 수련 책임·지원 부서 구축이다.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의 질적인 발전과 수련의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해 수련 주체에 대한 인증 평가활동을 수행하고, 해당 교육기관의 발전을 위해 자문하며, 평가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포함으로써 수련의 질 향상과 사회적 책무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지도전문의 제도도 필요하다. 

선진국은 충분한 수련 담당자를 확보하고 근무시간의 40∼80%까지 수련 업무를 담당한다. 역량중심, 성과바탕 수련에는 개인별 교육, 관찰, 평가에 막대한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의대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들은 의대 학생, 임상실습 학생을 지도하며, 승진과 교수직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성과도 달성해야 한다. 현 체제에서는 역량중심, 성과바탕 수련이 불가능하다. 수련 담당 지도전문의 도입이 시급하다. 

지도전문의 및 책임지도전문의 역할도 제시했다. 

책임지도전문의는 전체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고, 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수련에 대해 간호사·사무직 등 관련 직원에게 미리 설명해야 한다. 병원은 전공의가 외래 진료를 담당할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적절한 장소에 게시하고, 지도전문의는 증상의 빈도, 중증도, 긴급성 등을 고려해 전공의가 진료에 관여할 적절한 환자를 선택한다. 또 지도전문의는 환자에게 전공의를 소개하고, 진료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을 허락받는다.

지도전문의는 전공의의 진료 종료 후 진료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후 실시하는 검사 계획, 치료 계획, 처방, 환자에게 설명할 사항이나 교육 등에 대해 지도한다. 지도전문의는 역량별 평가 계획을 수립하며 평가도구를 선정하고 공지하며, 도달목표 달성도를 평가한다. 

■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의 사례 중심 달성 목표를 '위임가능 전문직무'(EPA)로 전환한 사례
■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의 사례 중심 달성 목표를 '위임가능 전문직무'(EPA)로 전환한 사례

책임지도전문의, 지도전문의 도입으로 발생하는 비용 충당을 위해서는 국가 출연금 확대를 제안했다. 

지도전문의(전체 업무의 40%)는 전공의 5명당 1명, 책임지도전문의(전체 업무의 60% 이상)는 전공의 20명당 1명을 배정한다. 

지도·책임지도전문의 급여 수준은 1억 2000만원을 제시했다. 국가 재정으로 각각 40%, 60% 정도를 분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공의 수련 전반을 결정할 수련위원회 설립도 필요하다. 

수련위원회는 수련기관 최고 책임자, 교육연구실장, 진료처장, 관리국장, 간호과장, 책임지도전문의, 지도전문의, 임상과 수련책임자, 기타 이해당사자 등으로 구성하고, 수련 교육프로그램 구성, 실제 수련 시행, 평가, 최종 수료 결정 등을 담당한다. 

웹 평가프로그램 개발·활용도 제안했다. 

전체 전공의 수준에서 공통역량 평가의 필요성, 의사역량 발달의 연속성 측면에서 선진국과 같이 E-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포트폴리오 활용 방법으로는 ▲전국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모니터링·질 관리 ▲전공의 도달목표 달성도 평가 ▲교육내용, 피드백, 자기 성찰 내용 등 수련 이력 기록 ▲수료 판정 등록 ▲학회·세미나 학술활동 기록 ▲수련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전공의 평가 등을 제시했다. E-포트폴리오는 전공의 승급, 수료에 대한 근거자료로 사용한다.

실제 진료에서는 전공의 수련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교육수련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외래나 입원 진료 시 전공의 진료에 대해 동의해야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전공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 능력을 갖춘 후 진료에 투입하도록 하는 '위임가능 전문직무'(EPA)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 내과 전공의 1년차 수련과정과 역량중심 수련과정 변환 비교
■ 내과 전공의 1년차 수련과정과 역량중심 수련과정 변환 비교

지역별 또는 컨소시엄별 수련을 통해 다양한 진료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지역별 질환 빈도차가 나타난다. 지역별로 수련해야 하는 질환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공의 교육과정도 각 전문과목별 학회와 병원에만 맡길 게 아니라 여러 전문가를 통해 국내에서 갖춰야 할 진료 역량에 대해 고민하고 공통 교육목표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역량을 도출해야 한다. 전공과목과 상관없이 공통 교육과정을 만들고, 평가도구를 개발해 역량을 평가하고 최소 기대수준의 역량을 갖추게 한다.

사회적 책무성 실천을 위한 수련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의사상에는 사회적 책무성이 명시돼 있지만, 인턴·전공의 수련 과정에는 이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다. 수련과정에 공익 또는 공공의료 기관 연수를 포함시켜 국가 및 지역 의료 상황과 공공의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의료 및 공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숫적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공공에 대한 의사들의 선도적인 노력은 국민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공의는 미래 의료자원이며 일차 의료 담당자로서 의료 공공재 성격을 갖기 때문에 수련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은 사회적 비용이다. 선진국에서는 수련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와 사회는 의사들에게 사회적 책무성만 강조할 뿐 지원이 없었다. 이젠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외과 전공의 1년차 수련과정과 역량 중심 변화 비교
■ 외과 전공의 1년차 수련과정과 역량 중심 변환 비교

인턴 수련프로그램도 새 판을 짜야 한다. 

선진국은 대부분 2년 과정의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년 과정이 충실히 이뤄지면 전공의 1년차 과정의 기본적인 공통진료 역량을 인턴 프로그램에서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하면 전공의 과정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다. 1+4제도에서 2+3제도로 전환되는 것으로 큰 혼란도 없다. 인턴 수련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2년 수련 후 충분한 일차진료능력 획득에 있다.

또 전문과목 수련을 원하는 경우 자신의 소신과 재능에 따라서 전문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 높은 일차진료를 위해서는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력이 적절한 임상 역량을 갖춰야 하며, 전공의 수련 동안, 전문의 취득 이후 보수교육에서도 적절한 임상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전임의(임상강사) 수련프로그램 부재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전임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세부 전임의는 분명히 수련받는 전공의 상황이지만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공의 수련에서 갖춰야할 역량을 전임의 과정을 통해 보완하는 상황 역시 올바르지 않다. 근무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도 없어 인턴·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크게 상회한다. 대학병원 교수를 원할 경우 연구업적에 매진하면서 성과를 남기지만, 지도교수의 업적으로도 평가되면서 임상강사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연구보고서는 "의사 스스로 전공의 수련과정에 공익 관련 의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진료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게 해야 한다"라며 "이번 연구는 국내 전공의 수련 현황과 선진국 수련제도를 분석해 국내 도입 가능한 새로운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도출을 위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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