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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우리의 이별도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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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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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신뢰관계 무너져 법적 분쟁 발생...동업계약서 구체적 작성 중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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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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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개설 자금의 조달,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두 명 이상이 동업하여 개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업관계가 원만하게 종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때로는 헤어지는 과정에서 지분 정산 등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식회사 등을 이용하지 아니한 의사들 사이의 병원 동업관계는 법적으로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따라서 계약서와 민법상 조합 법리에 의하게 되는데 까다로운 법적 해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조합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판결들이 집적되어 있어서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사례를 소개하기로 한다. 

세 명의 의사 A, B, C가 동업으로 병원을 운영하던 중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동업자 중 A가 재계약을 하면서,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제로 변경하고, 동업약정기간이 지난 후에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소유지분을 반환받고 동업에서 탈퇴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B는 동의하였으나 C는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 후 번복하고 A와 B가 제시한 수정안도 거부하였다. 탈퇴조항에 대해서는 소수 지분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동업자들은 4개월 정도 협의를 하였으나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양측으로 나누어져 불화가 발생했다. 결국 A와 B는 C를 제명하기로 결정했고, C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의 결론은 달랐다. 1심은 회복할 수 없는 불화로 더 이상 동업을 유지하기에 곤란한 사정이 생겼다고 볼 것이고 제명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2심은 동업관계가 파탄이 난 것에 관해 C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제명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1·2심 결론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심리 끝에 1심 판결을 지지했다. 대법원은 "민법 제718조 1항에서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때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라 함은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돼 특정 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약정기간 만료 후 재협의를 하는 국면에서 제안된 변경이 조합운영실적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거나 특정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 아니고, 다수 지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C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하면서 만일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례는 당시 재계약 협상 중에 발생한 분쟁이라 민법상 조합의 법리에 따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동업 후 지분정산이 쟁점이 된 사례도 있다. 동업계약서에 ‘개원 후 5년 이내에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때에는 지분에 해당되는 만큼만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단, 권리금을 포기한다’라고 정했는데, 약 3년 만에 탈퇴하고 지분환급을 청구한 경우 지분에서 영업권이 제외될까.

대법원은 계약서에서 정한 ‘권리금’이라는 용어에 영업권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동업계약서에는 권리금의 개념을 정한 조항이 없었다. 권리금에 관한 언급 다음에 ‘병원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할 때는 진료 이외에 경영 참여, 대외적인 활동 등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라 계약서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계약서의 문구를 탈퇴 조합원이 지분비율 이상으로, ‘노무 등 무형의 출자’로 평가할 만큼 병원경영에 기여하였다면 이를 권리금으로 보아 함께 정산할 수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권리금에 영업권까지 포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는 지분평가 대상에 영업권이 포함되어 다시 판단되었다. 동업 계약서의 문구 하나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동업은 순조로우면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되지만, 신뢰관계가 일순간에 무너져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동업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계약서가 있어도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나 신뢰훼손이 없도록 법률대리인들을 통하여 소통하면서 법리에 기초해 의사 결정하는 것이 경험상 오히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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