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사태 "전문의 채용 가로막는 정부 정책 원인"

소아청소년과 사태 "전문의 채용 가로막는 정부 정책 원인"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1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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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전공의 의존 벗어나야...수가 가산·국고 지원 필요"
아이 아플 때 치료받으려면 전문의 채용 기준 상급종병 평가 반영해야

의료계에서 꾸준히 나오던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소아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에 정점을 찍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에 관한 입장을 통해 "당연한 결과"라면서 "전공의가 없다고 진료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기형적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다.

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수련 과정에 있는 의사다. 4~5년 동안 수련을 받고 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모집이 되지 않았다고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마비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증질환을 최종 치료하는 것이 목적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는 기본적으로 전문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어느 나라든 당연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소청과 전공의가 없다면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야 하지만,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문의를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힌 강 회장은 "병원은 이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온전히 병원만의 책임이라 할 수도 없다"며 전문의 채용을 가로막는 국가 정책의 문제점을 손꼽았다.

강 회장은 "소아진료비는 오랜 시간 낮은 보험수가에 정체된 상태로 비급여 영역이 거의 없다. 병원 경영에 있어서는 소아진료를 유지했을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책을 통해 병원에서 소청과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전문의 채용을 위한 보험수가 가산과 획기적인 국고 지원이 필수다.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저출산 시대에 소아중환자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이 국가 필수 영역이라면, 국고 예산 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소아 진료를 위해 일정 병상 수마다 전문의 채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에 반영할 것도 촉구했다.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전공의가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19년 모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주당 113시간을 일하다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수련생인 소청과 전공의가 36시간 연속근무를 해가며 남은 당직을 채우는 상황"이라고 밝힌 강 회장은 "전공의는 수련생이라는 명목하에 시장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과 근로기준법을 넘어서는 주당 80시간, 주 2~3회 36시간 연속근무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 당직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초과 근무 시 추가 수당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험 부담과 감정노동 등 소청과 진료 시 겪는 어려움도 전했다.

강 회장은 "건강한 환아를 진료하는 데도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요소와 부담이 있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는 영유아, 큰 수술이 필요하거나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환아의 진료는 더욱 어렵다"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늘 소송과 법적 분쟁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진료 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환아 수 감소로 일차의원이 폐업을 거듭하고 있다. 소청과 과목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강민구 회장은 "소청과 전문의가 되었을 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 한 명 한 명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소개한 강 회장은 "어린아이가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전문의 인력이 종합병원급에 있어야 아이가 아플 때 제 때 치료가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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