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글로벌헬스팀장
[특집]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2월 24일부터 비대면 진료가 임시적으로 허용됐고,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약 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 의료법 개정을 2023년 6월까지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그 어느 때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를 발간했다.
[의협신문]은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에 대한 해외 각국의 정책 현황과 국내 각계(정부, 국내, 의료계 등)의 입장 등을 살펴봄으로써,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회원들의 이해를 돕고자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들에 대한 연구 내용을 특집 원고로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1. 비대면 진료 형태- 초·재진 여부와 주기적 대면진료
-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글로벌헬스팀장
2.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
-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글로벌헬스팀장
3. 비대면 진료 제공방법과 허용질환
- 임지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4. 비대면 진료 수가
-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5.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법적 책임소재와 개인정보보호
- 임지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 들어가며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 기준이다. 누구에게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것인가? 어디에 있는 사람에게 비대면 진료를 제공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것인가? 이는 비대면 진료의 도입 목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가 밝힌 비대면 진료 도입 목적은 의료접근성 제고, 고혈압·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관리이다.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려는 목적 자체에 이미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가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로 제공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조적 수단이라는 것이 비대면 진료의 기본적 속성이다. 이것이 바로 비대면 진료 활용의 당위성이다.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비대면 진료로 환자의 질병 및 질환에 대한 정밀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수준에 따라 비대면 진료의 영역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것은 미래의 일이고, 여전히 비대면 진료의 영역은 제한적이다.
비대면 진료의 기본적 속성 측면에서 보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것은 경증 질환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거주하는 곳에서 가깝고 환자가 평소에 대면 진료를 하던 의사에게 제공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원고에서는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에 대한 국외 정책 현황과 국내 각계의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비대면 진료 도입 목적에 적합한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와 환자 위치, 제공 주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해외에서의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 현황
비대면 진료는 일반적으로 국토가 넓거나 섬이 많은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물리적인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각 주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코로나19 이전에는 전문보건의료 부족지역, 농촌지역, 교정시설, 원주민 등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환자와 위치(지역)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이것이 물리적 의료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근거리에 있는 의료기관도 방문할 수 없게 되자 비대면 진료 대상과 위치에 대한 제한이 모두 해제됐다.
호주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전문의와 최소한 15km 이상 거리에 있어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호주는 영토가 매우 넓기 때문에 물리적 의료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국가 중 하나로 일찍부터 비대면 진료를 의료접근성 문제 해결 방안으로 활용해 왔다.
호주의 표준지리분류 원거리지역(Remoteness Areas, RA) 2∼5까지 모두 비대면 진료 허용 지역에 포함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호주는 동부 도시(RA1, Major cities) 이외에는 대부분이 RA5(Very Remote Australia)에 속한다.
또한 호주는 농촌, 해상 선박, 남극, 원주민을 비대면 진료 대상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호주 정부는 모든 제한 기준을 해제했다.
일본은 도서 산간벽지, 섬 거주민 등 비대면 진료 환자의 위치가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환자도 일부 질환(당뇨, 천식, 고혈압, 아토피성 피부염, 욕창, 뇌혈관 장애 및 암 등)을 가진 환자로만 대상 환자가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전 국민으로 비대면 진료 대상을 확대했고, 지역적 제한도 해제했다.
비대면 진료 제공 주체에 대해서 해외에서는 대부분 일차 의료기관 혹은 주치의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비대면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 거주 지역 내 단골 병·의원(진료소)에서 단골 의사(카카리츠케)에게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GP at Hand(영국 비대면 진료 앱)를 이용할 경우 GP at Hand에 등록된 GP를 주치의로 등록해야 하고, 등록한 GP와 근접한 거리에 거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주치의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를 25유로에서 1유로를 공제한 후 16.5유료에 받을 수 있도록 해 비대면 진료를 주치의에게 받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는 비대면 진료를 주치의에게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주치의는 환자의 건강에 대해 가장 먼저 상담하고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사람이며, 다른 전문의와 연락을 할 수 있고, 환자의 의료 정보에 대해 잘 알고 관리하며, 맞춤형 건강 예방 정보를 제공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3.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에 대한 국내 각계 입장
정부에서 발의한 2014년과 2016년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섬·벽지 거주자 등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먼 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교정시설, 군대, 성폭력 및 가정 폭력 피해자, 입원 및 수술치료 후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 환자'를 비대면 진료 대상으로 규정했다.
또한 2022년 8월 25일 개최된 2022 미래의학포럼에서도 '의료취약계층 및 의료 취약지(도서, 산간)를 비대면 진료 대상 및 지역으로 한다'고 발표해 비대면 진료 대상을 전 국민이 아닌 일부로 한정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2021년 발의된 최혜영 의원 안에서는 '섬·벽지 등 의료기관까지 거리를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 교정시설, 군사시설, 대리수령자에 의한 처방전 수령이 가능한자, 해당 의사가 이미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한 환자로 고혈압·당뇨병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수술·치료를 받은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또는 욕창 관찰, 중증·희귀난치 질환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자'로 비대면 진료 대상 및 위치를 한정했다.
2022년 발의된 이종성 의원 안에는 '섬·벽지 등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한 지역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자, 국외에 거주하는 자, 장애인 또는 교정시설에 수용, 현역 복무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의료기관 방문이 곤란한 자, 감염병 환자 중 타인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원이 제한될 필요가 있는자,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그 밖에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의료접근성을 증진할 수 있는 경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로 비대면 진료 대상과 환자 위치를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된다면 섬과 산간벽지, 원양어선, 중증장애인, 교도소 등 의사를 만날 수 없는 지역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해 정책을 실시하고, 안전성과 유효성 판단 후 비대면 진료 확대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공 주체에 대해서 정부와 국회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되 일부 필요한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의료계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별 의료기관 간에는 협진을 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0년 2월 24일부터 2022년 1월 5일까지 약 2년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비대면 진료 종별 현황을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78.9%,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5.5%, 종합병원에서 8.6%, 상급 종합병원에서 7.0% 이뤄졌다. 즉, 환자들은 주로 일차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나가며
비대면 진료의 대상 환자 및 환자 위치, 제공 주체에 대해서는 사실 특별하게 규정화를 논할 필요가 없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이해와 제도의 도입목적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설계하면 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따른다면 실제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런 위치(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비대면 진료 대상으로 하면 된다.
무분별하게 모든 국민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게 된다면 질환과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관리에 대한 시기를 놓쳐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공주체에 대해서도 비대면 진료의 도입 목적인 의료접근성 향상은 중증 질환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증 질환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를 통해 관리돼야 하고, 비대면 진료는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증 질환에 대한 진단·처방 혹은 대면진료 여부에 대한 확인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이는 일차 의료기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별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모두 허용하게 되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책은 도입 목적에 따라 그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게 된다. 비대면 진료의 도입 목적은 의료접근성 향상, 만성질환자에 대한 상시적 건강관리이다. 도입 목적에 따라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다면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의료서비스 제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는 보건의료 정책이므로 다른 정책과는 달리 국민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야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