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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화하는 폐암 치료제, 진료 현장 '희망'을 말한다
인터뷰 진화하는 폐암 치료제, 진료 현장 '희망'을 말한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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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데이터 무장한 면역항암·표적치료제 잇단 급여 '맹위'
"4기 폐암 환자도 장기생존 가능...적극적으로 치료 임해야" 
ⓒ의협신문
김혜련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폐암'이다. 면역항암제가 그 효과를 입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고, 각종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표적치료제들도 연이어 개발되고 있다.

올해 새로 급여 결정된 30여개 약제 가운데 3개가 폐암 치료제다. 단일질환군으로 가장 많은 숫자의 신약들이 그 효과를 인정받아 급여권에 진입한 셈이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부롤리주맙·한국MSD)'와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한국로슈)'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까지 급여 범위를 넓혔고, ALK 양성 폐암 표적치료제인 '로비큐아(롤라티닙)'는 급여약제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표적치료제로 국산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유한양행)'가 지난해 허가와 급여를 연이어 획득한 바 있다. 렉라자는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현재 2차 치료에 급여되고 있다. 

이 같은 치료제의 발전을 임상현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료진들이 자신있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나선 이유다. 

[의협신문]이 김혜련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을 만나 폐암 치료 최신 동향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김혜련 과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내과 전문의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직을 맡고 있다. 대한폐암학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회원이며, 다수의 폐암 관련 논문 및 연구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학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다음은 김혜련 과장과의 일문 일답.

Q. 올 봄, 햇수로 약 5년만에 키트루다 급여범위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까지 확대됐다. 환자들을 진료하는 입장에서 감회가 있을 듯 하다.

=그렇다. 의료진들 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역시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결과기에 (키트루다 급여확대 고식은) 환우 커뮤니티에서도 굉장히 화제가 됐다. 급여 이전에는 신포괄수가제 시범기관 등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다니는 환자들이 많았다. 폐암 치료 분야 전반에서 빠르게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Q. 키트루다의 경우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5년 생존 데이터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2)에서 비편평상피세포암 환자 대상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5년간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생존 데이터를 확인한다는 점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2개월로, 대조군인 항암화학요법(10.6개월) 대비 2배 이상 연장됐으며, 5년 생존율 또한 19.4%로 항암화학요법(11.3%) 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질병 진행 없이 2년간 키트루다 병용요법 치료를 완료(3주에 1회 투여)한 환자들의 70% 이상이 치료 종료 후에도 3년간 효과를 유지해 5년 추적 시점에 생존해있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2년간의 치료 후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계속해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없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면역항암제 등 치료 옵션의 변화가 진료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생존율이 낮은 4기 폐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다 보니,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생존기간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과거에는 기대여명을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말씀 드렸으나, 현재는 기존 기대여명의 2배 이상 생존하실 수 있다고 말씀 드린다. 기존 1년에서 이제는 2년 정도로 이야기하게 된 셈이다.

환자 입장에서 2배의 생존 연장은 굉장한 일이다. 여생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슬퍼하시는 분들이 많다. 외부의 시각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단 6개월의 생명 연장이라도 대단히 가치 있는 시간일 수 있다.

ⓒ의협신문

Q. 면역항암제 뿐 아니라 표적치료제 분야에서도 효과적인 약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12월 초 진행된 유럽종양학회 아시아총회(ESMO Asia 2022)에서 다수 표적항암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 ESMO Asia 2022에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 등 표적항암제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EGFR 유전자 변이는 선암종에서 40~50% 가까이 발견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자주 발생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약제 모두 우수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급여, 허가 등이 점진적으로 확대돼 1차 치료제로 활발히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Q. 전반적으로 폐암 치료 영역에서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고 신약 출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치료제에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를 미리 선별해 임상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연구 데이터가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도출되는 추세다. 또 우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들도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허가나 급여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허가나 급여 적용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음을 체감하는 편이다.

다만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며 자연히 연장되고 있는 치료기간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본다. 일례로 기존에는 조기 폐암 환자의 수술 후 항암치료가 6개월 이내에 완료됐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신약과 적응증 확대로 2년에서 3년에 이르는 치료가 권장되고 있다. 

치료 성적은 좋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을 환자의 삶의 질이나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의료진 역시 치료로 인한 기회비용이나 잠재적인 이상반응을 감내하고도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고, 이를 복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와 소통해야 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부탁 드린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의료진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고령층처럼 치료에 소극적이신 분들도 많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다수 등장했고,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도 쌓여가고 있다. 폐암 진단에 좌절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셨으면 좋겠다. 폐암 환자도 장기생존이 가능하다.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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