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누설죄' 고발장 대검 접수…"일벌백계" 촉구
바른의료연구소 "기울어진 소통으로 내린 판결 취소해야"
바른의료연구소가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에 관여한 모 재판연구관과 최모 전 대한한의사협회장을 12월 29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고발했다. 정인석 바른의료연구소장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장 접수 배경을 설명하고, 해당 사건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검사를 68회 이상 실시하고도 환자의 자궁내막암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지연시킨 한의사에게 1심과 2심의 결과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용 초음파 기기를 사용과 관련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판결 직후 대한한의사협회는 "앞으로 초음파뿐 아니라 CT, MRI를 비롯한 특수영상장비와 혈액검사 등 의과 의료기기 및 검사 대부분을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최모 전 한의협 회장은 한 수험생 커뮤니티(오르비)에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례 해석’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정인석 소장은 해당 글에서 위법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모 전 회장은 해당 글에서 "대법관과의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 진단용 의료기기를 제외한 치료용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공란으로 남기기로 결정했으나, 문제의식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진단 외 치료용 의료기기 등에 대해 새롭게 판단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 바뀔 것이라고 한다"며 "이상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의 직접 연락을 통해 확보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관들의 합의 내용이나 문제 의식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은 명백히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 정인석 소장은 "최모 전 회장이 올린 글은 본인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둘은 공동정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의협이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단 구성에 직접 관여해왔음을 고려하면, 최모 전 한의협 회장이 사건에 깊이 관여하면서 담당 재판연구관과 접촉했다"면서 "이익단체인 한의협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하고 대법관들의 생각을 공유했음이 충분히 짐작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과 최모 전 회장이 연락을 취한 것 자체도 문제로 짚었다.
대법원은 재판연구관의 성향과 생각 역시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담당 재판연구관의 인적사항 또한 공개하지 않는다. 대법관의 합의 절차에 있어 담당 재판연구관의 검토 의견이 심증 형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인석 소장은 "담당 재판연구관의 인적사항 비공개가 원칙임에도, 사건의 이해관계자인 최모 전 회장이 어떻게 담당 재판연구관의 연락처를 알 수 있었는지와 추가적 위법 정황을 적극적으로 수사해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런 위법적 소통을 통해 판결이 이뤄진 것이라면 이번 재판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인석 소장은 대법원에 ▲담당 재판연구관 관련 정보가 어떤 경위로 노출돼 이해관계인의 소통창구가 됐는지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해당 재판연구관을 직위해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검찰과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에도 ▲혐의가 있는 담당 재판연구관과 최모 전 회장을 적극적으로 수사해 일벌백계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