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news/photo/202301/148084_110392_4736.jpg)
1
깜박했다
이렇게 속을 줄이야
고작 서너 발짝 걷는 게 전부인데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속이 타고 온몸이 화끈거리는데
요양원 식구들 모두 저렇게 느긋하다니
아무리 초짜 요양보호사지만
출근 첫날부터 이게 무슨 망신이람
2
그럴 줄 알았다
자신감에 넘치더라니
교대 시간이나 예배 시간을 조심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근방을 수소문하면 된다
어차피 어르신은 멀리 가진 못한다
3
정말 난 아무렇지도 않다
모든 친절이 모두에게 편안한 건 아니다
갈바람에 수양버들이 그리워
잠시 외출한 걸 가지고
엄청난 사고라도 난 듯 소리 지르니
평소 연락할 친구나 가족이 있으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을 텐데
외출도 내 맘대로 못 하면
연옥 어디쯤이지
이게 무슨 요양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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