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인증 기관 12곳서 더 늘리지 않을 것"
예산 2억원…'모니터링 강화' 등 국회 요구 집중 수행
보건복지부가 영리화 논란을 빚었던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사업과 관련,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증한 기관(12곳)에서 더 숫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보건의약계와 국회에서 나온 '의료 영리화·민영화'우려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추진은 지속하되,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이다.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은 2023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2억원을 책정 받았다. 사업은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의료 영리화' 우려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다소 어렵게 문턱을 넘었다.
어렵게 통과된 만큼, 보건복지부는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요구한 '숙제'들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만남에서 "비의료건강관리 서비스 인증기관을 더 확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 요구를 토대로, 향후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영리화 등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세팅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의료건강관리 서비스 인증 기관은 현재 5곳(1군)-5곳(2군)-2곳(3군)의 총 12곳. 적어도 시범사업 기간인 2024년 6월까지는 추가 인증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더불어 "시범사업 단계인 만큼,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지적됐던 문제들이 생기지 않도록 컨트롤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앞서 밝힌 대로 케어 코디네이터와 투트랙으로 진행하지만, 비의료보다는 케어 코디네이터 활성화에 무게를 둔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도 분명히 했다.
2억원 예산안 통과…쉽지 않았던 이유는?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2년 10월 6일 총 12개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시범 인증을 부여했다. 이번 인증은 2024년 하반기로 계획 중인 인증제 본사업 이전 사전 단계로, 유효기간은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2024년 6월까지다.
해당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영리화 우려는 보건의약계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작년 11월 23일 국회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비의료인이 만성질환자에게 환자건강관리 및 교육·상담을 지원하는 1군 만성질환관리형 건강관리서비스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의약계에서 특히 문제라고 본 유형은 1군. 의료인의 진단·처방 범위 내의 환자건강관리 및 교육·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려가 계속되면서 국정감사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작년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비의료라는 사업명과는 달리 1군에 포함된 만성질환 관리형의 경우,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는 의료 영역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걸 기업들이 하게 된다.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년 동안이나 진행되는 사업을 당정 협의도 안 했다.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도 빠졌다. 좀 이상하다"며 "공공부문에서, 또 1차 의료로 해야 할 일들"이라며 국감 이후 이뤄진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2022년 11월 10일)에 따르면,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인물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었다.
강 의원은 의약계의 우려를 직접 언급하면서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 끝까지 예산 책정에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서비스가 포함되는 등의 문제를 오히려 인증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어렵게 국회를 설득했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은 "불법적인 부분을 정리해낼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필요하다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우려하시는 부분이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가이드라인 만들 당시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해 의료행위가 명확히 아니라는 것만 포함하려고 했다. 염려가 없도록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