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의 기억을 잃어버린 나무가 이리저리 몸통을 굴린다 제 갈 길 잃어버리고 내비게이션이 정해준 위치에 따라 뿌리를 내린다 중증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고목은 고집스런 고물이 된다
용도 폐기된 서까래들이 빛바랜 침대에서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한때는 자랑스럽게 고래등을 떠받들었지만 이제는 고사목이 되어 요양보호사가 건네 준 빨대로 물과 햇빛을 받아먹는다
황금빛 대리석으로 치장한 요양원에 고물들이 몰려든다 잇몸 주저앉은 나사못 팔목 부러진 곡괭이 사지가 뒤틀린 철제 사다리, 디지털 신제품에 내몰린 실버 연장들이 구석 방 창틀에 모여 황금색 기저귀를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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