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심사위원 위촉 안돼" 학계 vs 심평원 '격돌'

"그 심사위원 위촉 안돼" 학계 vs 심평원 '격돌'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01.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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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삭감률 2배 '논란'…특정 심사위원 인선 배제해 달라"
신경외과학회·척추신경외과학회, 보건복지부·심평원에 재고 요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과거 일부 지역 척추 수술 삭감률 2배 논란을 일으킨 인사를 상근심사위원에 위촉키로 하자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가 인선 배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협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과거 일부 지역 척추 수술 삭감률 2배 논란을 일으킨 인사를 상근심사위원에 위촉키로 하자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가 인선 배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협신문

심사 삭감의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 선임을 놓고 전문학계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날선 입장과 함께 인선 배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는 20일 보건복지부 장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심평원 상근심사위원 인사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전문학회는 "무엇보다도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하는 상근심사위원 자리에 심평원의 정책에 맞는 일부 인선을 하여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학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배경에는 2009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A지역 척추 수술 2배 삭감률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전국 척추수술 평균 청구진료비 기준 심사 조정률은 7.7%. 반면 A지역 심사조정률은 14.8%로 2배에 달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무차별 삭감을 수긍하지 못한 A지역 10여개 병원들은 심평원에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법정 소송에서 상당수 병원이 승소했으나 일부 병원은 4∼5년 동안 이어진 소송 기간과 현지 실사 및 삭감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폐업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신경외과학회 관계자 B씨는 "2009년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도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70건 중 척추질환이 51건으로 비율이 제일 높고, 전체 심사 조정률(0.75%)에 비해 척추수술은 7.7%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별로도 조정률이 2배 가량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면서 "당시 심평원장은 척추수술에 따라 심사위원들의 시각차가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 불공정 심사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C 심사위원을 심사에서 배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논란의 중심 인물인 C 위원은 이후에도 심평원 비상근심사위원을 맡아 척추 심사와 평가에 관여했고, 또 다시 유관학회로부터 불공정 심사로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면서 "2017년 12월에 구성된 의협·보건복지부 협의체에서 다시 배제를 요구받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신경외과학회와 척추신경외과학회는 "일정 기준과 원칙에 따라 심의 결정하는 심사위원을 불신하는 상황은 올바른 관계라 할 수 없다"면서 "국민을 위해 진료하는 의사와 서비스를 심의 결정하는 심평원 상호간의 원활하고 신임하는 관계를 위해 이번 상근심사위원 인선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려 "상근심사위원 인선 강행으로 심사의 공정성 시비가 지속된다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지속해서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당하게 진료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삭감을 당한 경우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통해 잘못된 심사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권리구제 방법은 ▲재심사조정청구(심사결정 통보 후 90일 이내 제기, 심평원 30일 이내 답변) ▲이의신청(심사결정 통보 후 90일 이내 제기, 심평원 60일 이내 답변) ▲건강보험 분쟁조정위원회 심판청구(이의신청 결정에 불복한 경우 90일 이내 제기, 30일 이내 답변) ▲행정소송(이의신청·심판청구 결정에 불복한 경우 또는 심사결정 통보 후 바로 진행) 등이 있다.

하지만 심평원 심사와 적정성평가 처분에 불복, 이의신청을 해도 평균 처리기간은 2020년 177일, 2021년 155일, 2022년 상반기 214일 등에 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의신청 후 인정 건수는 2020년 631건 중 491건, 2021년 551건 중 371건, 2022년 상반기 318건 중 192건 등 평균 58.8%로 파악됐다. 

문제는 심평원이 이의신청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 상세한 설명이 없이 '전문가 자문 의견'으로 표기, 일선 의료기관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평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과 권리구제 절차를 개선하고,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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