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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분쟁조정법상 부담금 근거조항의 위헌성
법률칼럼 의료분쟁조정법상 부담금 근거조항의 위헌성
  •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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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변호사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에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규정되어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된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중재판정 내지 확정판결 등을 받았는데도 그에 따른 금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때 작동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미지급금의 대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했다.

대불비용은 어떻게 마련될까. 의료분쟁조정법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손해배상금 대불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중재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대불비용의 연도별 적립 목표액을 정하거나 변경하게 된다. 

조정중재원장은 그 목표액의 범위에서 보건의료기관개설자별 대불비용 부담액의 산정기준과 징수액을 정한다. 이때 보건의료기관의 유형에 따라 산정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부담금 징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조정중재원에 지급하여야 한다. 

조정중재원장은 위와 같은 조항들에 근거하여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부과징수를 당하게 된 의료기관개설자들이 이를 다투는 소를 제기했다. 부담액 부과징수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처분의 근거가 된 의료분쟁조정법의 위헌성을 다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부각됐다. 첫째, 부담금 부과 조항이 헌법상 정당화 요건을 갖추었는지, 둘째, 부담금의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조항이 법률유보원칙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셋째,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재산권인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됐다. 

헌법재판소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쟁점에 대해선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로 압축해 판단했다. 우선 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대불제도 운영 재원을 마련하여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일시적인 경제적 곤란을 방지해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한다고 보았다.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라는 특정 종류의 사고가 발생하는 영역에 국한하여 적용되므로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부담금 형식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용을 전체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이 나누어 분담하므로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액이 과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부담금 부과는 의료사고 피해자를 빨리 구제하고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려는 중대한 공익 달성에 필요한 수단이고, 부담금 납부대상자의 재산권 제한이 대불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분쟁조정법상 부담금 부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은 어떠했을까. 헌법재판소는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헌재 2022. 7. 21. 선고 2018헌바504 결정). 기존 헌법재판소 2013헌가4 결정 선례를 변경했다. 선례는, 조정중재원이 추가로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에 대하여 징수할 부담금은 결손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시행 초기와 같은 정도의 금액으로 정기적·장기적으로 부담금을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의료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금 대불청구가 점차 증가했다. 대불금 구상 실적은 극히 저조했다. 적립된 재원은 빠르게 고갈되었다. 선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8, 2019, 2020년에 부담금 추가 징수가 반복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변화한 상황도 고려했다. 

문제되는 위임조항에서는 부담금 금액과 관련하여 아무 것도 정하지 않았다.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대불비용 부담금의 금액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할 뿐이었다. 납부할 부담금 액수를 어떻게 산정하고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징수하는지에 대해 침묵했다. 대강조차도 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입법기술상 구체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일갈했다. 적어도 대불비용 부담금액 산정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무엇인지를 위임조항에 명시할 수 있다.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도 정할 수 있다.

예컨대, 전체 대불재원의 잔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종별 대불재원의 잔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법률에서 정할 수 있다. 나아가 잔액이 얼마나 되었을 때 추가 징수를 할 수 있는지를 법률에 명시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늦어도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한다.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되지 않으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은 2024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부담금 부과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입법, 헌법에 합치되는 입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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