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수 NMC 원장 "은퇴의사 전문성·경험 공공의료에 큰 도움"

주영수 NMC 원장 "은퇴의사 전문성·경험 공공의료에 큰 도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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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사 활용 정책화 시동…정부, 올 내 시행방안 마련 추진
코로나 3년 교훈 "건강한 일상적 의료체계 감염병 극복 열쇠"
보건의료 중심 축 의협 관심·지원 기대…정책 협의 이어갈 것

필수의료는 시대의 화두가 됐다.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부족은 오랫동안 미충족 과제로 남아 있다. 두 가지 난제 모두 해결이 쉽지 않다. 다양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명쾌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국립중앙의료원(NMC)은 그동안 공공병원이 필수의료 책임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 인력확충 방안을 함께 논의해왔다. 지난해 11월 공동으로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지역공공의료기관의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보에는 중·장기적으로 촘촘한 계획이 뒤따라야 하지만 우선 은퇴의사 활용을 통해 접점을 찾아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은퇴의사 활용 방안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책화 단계까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은퇴의사 활용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선제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예방의학 전문의)은 "은퇴하신 선생님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전문성은 물론 역량과 경험을 갖춘 시니어의사들이 공공의료 영역에 힘을 보탠다면 더 없이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 은퇴의사 활용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시작했나. 

공공기관 특히 지방의료원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는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NMC 원장을 맡은 후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 35곳, 적십자병원 6곳을 돌아봤다. 공통된 의견은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는데 모아졌다. 급여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지원자조차 없는 상황이다. NMC가 나서달라는 지방의료원장들의 고언이 이어졌다.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단시일에 의사 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은퇴의사분들이 뭔가 일을 찾고 싶은데 잘 못찾는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미스매칭 상황이었다. 바로 실태조사를 했다. 지방의료원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인력이 필요한지, 의과대학 등에서 정년을 맞는 분은 1년에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폈다. 지방 공공의료 인력 수급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상당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마침 대한의사협회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업무협약을 통해 정책화 추진에 나서게됐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보건복지부에도 협의를 진행했다. 박민수 차관께서도 은퇴의사 활용 방안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정책화에 힘을 실어줬다. 보건복지부와는 올해 어떻게든 정책화해서 첫발을 떼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은퇴의사로 모든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상당한 전문성과 역량, 경험을 갖춘 시니어의사들이 많다. 공공에서의 역할은 또다른 보람도 드릴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는 전문인력 확보 문제를 일부분이지만 해결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최선의 방안을 마련 중이다. 

- 국내 현실에서 공공의료의 지향점과 NMC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민간병원 95%, 공공병원 5%의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의료는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자원량이 너무 적다. 저희가 관리하는 병원급 이상 공공의료기관이 전국에 226곳이 있다. 이 숫자로는 시장 실패 영역인 의료에서 공적인 책무성을 해결할 수 없다. 늘려가야 하는 건 맞다. 물리적으로 숫자를 늘릴 수 있고 기능적인 방법도 있다. 민간 영역에 지원을 통해 공공화하는 방안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공과 사회, 국가적 책무성을 확대하는 게 기본이다.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더 폭넓게 품어야 한다. 실제로 다발성외상 환자는 병상 수가 포화상태라는 서울권역에서도 치료할 찾아 떠도는 현실이다. 유수한 대학병원들이 있지만, 긴급하고 중증이고 필수적인 상황일 때 곧바로 대응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NMC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발성외상 환자들을 받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다발성 외상 환자를 수용하는 대표병원이 되고 있지만, 500병상 남짓으로는 배후진료 인력이 충분치 않다. 필수 중증 의료 영역은 공공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필수 영역은 공공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지방의료원은 지금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증외상,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아야 한다. NMC의 필수 영역에 대한 중앙센터 역할은 법에도 규정돼 있고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같은 정책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NMC 현대화 사업 축소된 채로 시행되면 필수중증의료를 해결할 인력을 늘 갖출 수 없다. 24시간 연중 무휴 체제를 가동하려면 현재 병원 규모로는 불가능하다. 규모가 돼야 인력도 돌아가고 병원도 적자가 안 난다. 필수중증의료를 담보할 선순환 구조는 일정 정도 병상 수준을 넘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모병원은 적어도 800병상, 전체 병원 규모는 1000병상은 돼야 한다는 데 모아진다.  

-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영역에서 은퇴의사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지방의료원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연령으로는 75세 정도까지도 충분히 진료하실 수 있다. 신체적으로 노화되지 않은 분들이 워낙 많고, 외과 수술이 가능하신 분들도 상당하다. 은퇴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충분히 열어 놓고 다가설 수 있다. 다만 최근 20∼30년 동안 의학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접근도 이뤄져야 한다. 보건복지부에도 은퇴의사 지원 방안을 사업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의료 및 지방의료에 대한 이해, 메디칼 프랙티스에 관한 일차의료 영역 현장의 니즈,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의료적인 문제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NMC가 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에 예산 및 정책적 지원 방안을 타진 중이다. NMC 안에 일종의 시니어 아카데미가 만들어지면 단기, 중기, 장기 과정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장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할 계획이다. 물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의협이나 관련 학회의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 은퇴의사 지원 방안이나 유인책에는 어떤 게 있나. 

은퇴하신 분들에게 여쭤보니 급여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업무량이나 영역을 다양하게 마련해 진료 일수를 조정하고, 왕진 등 진료 형태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의료원과 연계된 각종 건강보건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참여하는 은퇴의사들이 잘 하실 수 있는 것을 찾아드리는 게 맞다. 당연히 경제적인 지원이 돼야 하지만 지금처럼 상당한 액수를 지급하고 맡겨진 업무를 꼭 해야 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1차 의료 영역까지 확장하면 공공의료는 의료기관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일차의료 보다 큰 병원 중심, 외래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지역사회에서 1차 의료기관이 주요 역할을 하고, 공공병원은 그 지역 전체의 배후진료 지원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 은퇴의사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근무 조건도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 의사 인력 부족 해소 방안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계획적인 증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증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무작정 의사를 많이 뽑아서 공공의료에 강제로 투입하는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공공의료 인력이 확대되지 않는다. 의사들이 공공의료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인력의 문제도 있고, 근무 조건 문제도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도 풀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식의 여건 조성이 작동돼야 한다. 공공이 맡고 있는 지방의료원 문제는 그래야 풀 수 있다. 공공의료에 의사인력 유인을 위한 정책적인 확대는 필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NMC가 추진했던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공공의대가 아니다. 보건의료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서남의대 정원에 한정하면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필수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흉부외과·신경외과 인력, 또 공공의료 영역에서 정책기능을 수행할 공무원, 우리나라를 대표할 국제기구 파견 인력, 공공의료기관 병원장 등의 양성이 목적이었다. 공공병원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민간병원장의 역할도 힘들겠지만 공공영역에는 의료 외적인 통찰과 지역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때로는 국회, 지방의회, 행정부로부터 제기되는 문제를 풀어내고 내부 관리도 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원, 국립암센터, 중앙보훈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하면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있다. 공공의대 파고 속에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의미를 남겼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감염병 초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당연히 공공기관이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도 해결할 방법이 없고 어떤 의료 체계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공공기관 중 책무를 지닌 핵심 기관이 나서야 한다. NMC가 코로나 대응 과정에 전면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감염병의 정체가 확인된 후 질병의 특성이 범유행으로 이환되면 이 문제는 특화된 병원이 해결할 수 없다. 일상적 의료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오미크론이 유행하자 의료체계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의료체계의 기초 체력이 단단해져야 한다. 일본의 코로나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인구 백만명당 400명 수준이다. 한국이 600명, 미국 3200명, 영국 3100명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던 일본의 결과여서 더 놀라웠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도쿄 NCGM 등 중앙병원과 종합병원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은 먼저 지자체 중심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일상적인 의료 체계에서 환자가 생기면 확진자라고 모두 병원에 가게 하지 않았다. 집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일상적 의료체계에서 신속하게 대응해 상태를 파악하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만 병원으로 보냈다. 병원에서 치료를 끝내면 지역사회 요양병원, 요양원, 혹은 집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일종의 지역 포괄케어시스템을 가동했다. 특화된 코로나 대응체계가 아니라 일상적 의료체계 내에서 이뤄졌다. 일상적 의료체계의 건강함이 감염병 극복의 열쇠가 됐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다.  

- 의협과의 정책 현안 협의는 계속되나. 

NMC를 비롯 공공의료기관은 당연히 의협을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을 당부드린다. 공공기관에도 좀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지역적인 문제나 근무 조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저희들은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 의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책임 주체로서 역할하고 있다. 다양한 사안에 대해 정책협의를 해주시길 기대한다. 저희도 의협에 도움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겠다. 지난 업무협약 과정에서도 이필수 의협 회장님께 지속적인 정책 현안 협의를 제안했다. 현안 협의를 통해 접점을 늘리고 고민거리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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