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 R&D 총괄 키잡은 젊은 리더의 선택은...?
"글로벌 제약사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박재홍 동아ST R&D 총괄 사장이 "'포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를 개발하면 좋겠지만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안더라도 '베스트인클래스(Best In Class)'를 만드는 전략이 동아ST와 같은 한국계 중견 제약기업에게 필요하다"라고 최근 밝혔다.
새로운 계열의 의약품을 포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로, 계열 최고의 의약품을 베스트인클래스(Best In Class)로 부른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경쟁약이 없는 포스트인클래스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지만 적지 않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시장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 규모로는 개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미 개발된 포스트인클래스를 참고해 계열 최고인 베스트인클래스를 개발하는 대안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사에게 선택되기도 한다.
글로벌 동아ST로 가는 단서를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 일본계 제약사에서 찾겠다"라고도 덧붙였다. 당뇨·고혈압 제네릭 내수 시장에서 제네릭으로 번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키워 글로벌 제약사가 된 일본계 제약사의 선례에서 시사점을 얻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동아ST는 신약 개발과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을 위해 미국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 업무 등을 맡았던 박재홍 사장을 2022년 초 전격 영입해 주목받았다.
박재홍 동아ST R&D 총괄 사장은 2001년 하버드 의대 프로테오믹스 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07년 미네르바 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 얀센 종양학 중개연구 팀장을 맡으며 글로벌 제약사에서의 이력을 시작했다.
2014년 다케다 중개연구 및 초기 임상 개발 팀장과 2017년 베링거잉겔하임 중개의학 및 임상 약리학 전무이사를 역임하는 등 대부분의 경력을 미국 보스턴과 유럽 등에서 쌓았다.
박재홍 사장은 동아ST가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 "일본계 기업 다케다나 독일계 베링거인겔하임과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케다의 경우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제네릭을 만들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으로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가 됐다. 여러 국내 레거시 제약사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독일계 가족 기업으로 시작해 화이자와 같은 대형 몸집을 가진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지향하기 보다 항암제와 희소질환 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내실있는 운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국내 제약사들의 R&D 조직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뼈있는 충고를 내놨다.
박재홍 사장은 "현지 학계와 스몰바이오텍 등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제약사만이 보스턴에서 의미있는 R&D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목적없이 유행에 따라 보스턴에 진출한 것에만 의미를 둔 일부 한국계 제약사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국 제약사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한 자신을 영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신약 개발을 이끄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동아ST에 정착시키라는 뜻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단순히 신약 개발을 이끄는 사이언티스트 리더로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동아ST로 가기 위한 중간 다리가 되겠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