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행위로 분쟁 및 갈등 생기자 약사회원 약국서 '공동 도우미' 고용
대법원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 충분히 인정돼" 판단
약국의 환자 호객행위는 약사법 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약사법이 금지하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근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를 유인해 약국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공동 호객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문전약국 약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피고인들(문전약국 약사들)은 상급종합병원 인근 문전약국의 개설자들로서, 서로 공모해 2017년 9월 경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도우미들에게 종합병원 내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속한 특정 약사회의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 등을 유치했다.
병원 인근 다수 약국의 약사들은 이 사건 이전부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 중 약국을 미리 정하지 않은 환자들(이하 비지정환자)을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약국 직원들에게 병원 내에 상주하면서 비지정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무상으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호객행위 등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약국들의 호객행위 등이 지속되면서 약국들 상호간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자, 피고인들이 속한 약사회 약국들은 약국간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이하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약사법위반(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 위반) 혐의로 기소, 피고인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자는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과 판매질서 유지를 위해 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나 의약품의 조제·판매 제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한 사항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는 약국 개설자 등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하 호객행위)을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전부 유죄(선고유예, 각 벌금 50만원)를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기존 약국들 상호간의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분쟁이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됐고, 환자들 중 문전약국에 방문하고자 하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순번대로 특정 약국을 안내한 것으로,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피고인들에게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했음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문전약국에 위치한 특정 약사회 소속 약국들이 기존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된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속한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해 비지정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고, 환자들에게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환자들이 약국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상급종합병원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약국들과의 관계 등에서 의약품 시장질서를 해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기존부터 호객행위 등 분쟁이나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던 상급종합병원 인근에서 문전약국을 운영해 왔으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호객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약사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약사법이 소비자 유인 등 호객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호객행위 및 고의의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결"이라며 "문전약국 약사들이 합의 하에 정한 나름의 기준에 따라 환자를 유인한 경우에도 약사법이 금지하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