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K
간병인 K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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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엄마 없는 아이가 엄마를 찾는다

젖은 기저귀에 있고

뒹구는 숟가락에 있고

주름진 치마 속에 있다고 칭얼댄다

K의 목소리엔 비누향이 은은하다

자신도 끼니마다 약을 챙겨 먹는다고

침대에 누워 있는 조그만 아이를 달랜다

매일 아침 그녀는 푸른 숲에 온다

무지개 같고 백합 같다 아니 하얀 알약 같다
매일 저녁 그녀는 일몰처럼 사라진다

반달 같고 노을 같다 아니 붉은 립스틱 같다

아이는 반려견처럼 보챈다

때론 장미가시처럼 찔러댄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힘차다

힘겨운 기저귀케어도
그녀에겐 소꿉놀이처럼 재빠르다

그러나 이제 안녕

곁에 있던 아이가 떠나간다

극소량의 온기로 또 하루를 견딘다

 

K의 몸에서는 늘 엄마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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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2023-03-03 16:25:43
간병인은 필수 불가결한 보건 의료 인력의 한 축이다. 요양 병원뿐 아니라 일반 병실에서도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모든 병수발을 담당한다. 그래서 세상 풍파를 겪은 사람이 많다. 자신도 끼니마다 약을 챙겨 먹는 처지임에도 침대에 누워 있는 또 다른 환자를 보살핀다. 아이처럼 칭얼대는 환자를 돌본다. 환자는 반려견처럼 보채다가 때론 장미가시처럼 찔러댄다. 힘겨운 기저귀케어에도 그녀의 발걸음은 소꿉놀이처럼 가볍다. 그녀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이별의 순간이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