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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8:04 (목)
간호법안의 대안

간호법안의 대안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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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의견 무시한 채 의료법 조항 삭제…간호법안 일방 포함
간호법 제정하려면 의료법상 의료인 제외해야…'간호인' 별도 규율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의협신문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의협신문

보건의약관계법규는 의사 국가시험 과목 중 하나다. 과거의 문제집을 보면 의료법상 의료인의 정의를 묻는 문제가 꽤 있었다. 가령 이런 문제다. "다음 중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보기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약사가 적당히 섞여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 의료인이 아닌 직종은 간호조무사·의료기사·약사다. 

의사들은 스스로 의료인이라고 강조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약사는 실익을 챙겨가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약사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은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에 비해 매우 관대하다. 의료인에게는 훨씬 더 강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래도 의사들은 의료인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의료인의 범주와 관련해 이례적인 것은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사다. 의료기사가 하는 행위는 대부분 의료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다.

더 이례적인 것은 간호조무사다.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제80조에 따라 자격이 인정되는 직종이고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의원급 의료기관 운영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다. 

지난 2월 26일 여의도공원 앞에서 13개 보건복지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2023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400만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나온 구호 중 하나가 "간호사를 의료인에서 제외하라"는 것이다. 

이 구호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간호법이라는 단독법을 만들어 의료법에서 나가겠다고 하는데 마치 그 주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호법은 간호사를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단독법을 만들겠다는 욕심법이다. 

원래 의료법의 많은 조항은 규범의 수범자로 "의료인은…" 이라는 형식을 사용한다. 만일 간호사가 의료법상 의료인에서 빠져나간다면 의료법의 수범자는 "의료인"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의료법에서 하나하나 규범의 수범자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는…"이라고 나열할 수 밖에 없다. 간호사는 의료인이면서도 의료법의 규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법은 누더기가 돼버렸다. 

이러다 보니 곳곳에서 법의 흠결이 발생했다. 간호법안은 제9조에서 의료법의 여러 조항을 삭제했다. 그래서 간호사가 면허대여를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 조항이 의료법에서 삭제돼 버렸다.

만일 간호사를 의료법상 의료인에서 삭제하고 의료기사처럼 별도의 법으로 규율한다면 이러한 법의 흠결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손의 떡을 모두 놓치 않겠다는 욕심 때문에 법은 누더기가 되고 흠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억울한 사람들은 간호조무사다. 의료법에서 대부분의 간호조무사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간호법안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간호사 본인들이 의료법에서 나가겠다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호조무사들은 본인들이 극력 반대하는데도 의료법에서 삭제해 간호법안으로 옮겨놓아 버렸다. 간호사 자신들의 의사는 존중받아야 하고 간호조무사의 의사는 무시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게 무슨 짓인가? 

그래서 '간호사를 의료인에서 제외하라'는 구호는 간호법안에 찬성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별도의 단독법을 만들어 나가겠다면 아예 의료법상 의료인에서 빠져나가라는 의미다. 간호법에 반대하지만 정말 나가겠다면 아예 호적을 파가라는 것이다. 

현재의 간호법안은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대안은 두 가지다. 첫째, 간호사를 아예 의료법상 의료인에서 삭제하고 의료기사처럼 별도의 법으로 규율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의료인과 간호인은 구별된다. 그리고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에서 규율하고 의료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둘째, 현재와 같이 간호사가 의료인으로서 의료법의 규율을 받는 방법이다.

간호사에 대한 처우개선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재정을 확보해 시행하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첫째 대안보다 둘째 대안이 정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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