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카시 지음/장옥진 옮김/바이오메디북 펴냄/1만 4000원
2012년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중국과학원 소속 우한물리수학연구소 레이하오 교수팀은 인터넷 의존 증상을 보이는 청년층 18명과 그렇지 않은 17명의 뇌를 '확산강조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자료를 분석했다.
확산강조영상은 자기공명영상(MRI)를 응용해 신경섬유의 주행을 조사할 수 있는 획기적 검사법으로, 그동안 표현하기 어려웠던 대뇌백질 같은 신경섬유 다발을 한 가닥 한 가닥씩 마치 실의 주행을 쫓듯이 영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너텟의존 증상이 있는 대상자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안와전두엽, 전대상회, 외포, 뇌들보 등의 대뇌백질에서 신경 네트워크의 통합성 저하가 증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코카인, 대마, 각성제, 헤로인 등을 복용한 마약중독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상태와 같았다. 이 연구결과는 인터넷·게임 등에 대한 의존으로 뇌가 망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오카다 다카시 박사(정신과 전문의·야마가타대학 객원교수)가 쓴 <인터넷·게임 의존>이 출간됐다.
한국에서 중독은 질병이 아닌 일부 부도덕한 특정인에게만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로 간주되곤 한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중독질환자는 치료가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의지와 책임감이 없거나 범죄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중독질환이 발생한 초기에 질병임을 인식하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비율은 극히 낮다.
이런 상황이지만 아직 중독문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교육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다행히 몇몇 선도적인 학자들의 헌신으로 인터넷·의존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일부 제도적인 정비가 마련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미 인터넷·게임 의존은 구석구석 퍼졌다. 스마트폰, 전자패드 등 최신 디지털 디바이스의 확산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너무나 많이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중독이 일으키는 디지털 디바이스의 사용이 유발하는 뇌의 변화들과 인터넷·게임 의존이 발생하는 개념들을 쉽게 설명한다. 다양한 사례도 함께 제시해 이해를 돕는다.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인터넷 게임이 뇌에는 알코올은 물론 마약성물질 보다 더 심각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각성제나 마약에 대한 의존이 이어지면 무기력하고 무관심하게 되며 어떤 일에서나 무책임하고 인격적으로도 황폐해지게 되는데, 인터넷·게임에 장기간 의존이 지속되면 같은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경고다.
저자는 인터넷·게임 의존은 '21세기 역병'을 넘어서 '현대판 아편'이라고 단언한다. 일단 빠져들어 중독상태가 되면 평생 동안 이어지게 되고인생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터넷·게임 의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부터 최신 전문 지식과 견문까지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 의존에 빠지지 않게끔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 의존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저자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기록했다.
저자는 "인터넷·게임 의존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첫걸음은 위험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라며 "비록 몸이 오싹해지는 일이거나 전혀 보고 싶이 않은 황당한 사실일지라도 정확히 파악한 후 주위에 알리는 것이 자신과 아이들,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백신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프롤로그 - 역시 뇌가 망가지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터넷·게임 의존 ▲디지털 디바이스의 노예가 되어 ▲2차성 발달 장애와 디지털 치매 ▲빠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개미지옥의 구조 - 누구나 쉽게 중독될 수 있다 ▲인터넷·게임 의존을 예방한다 ▲인터넷·게임 의존을 극복한다 ▲에필로그 - 발달과 애책의 문제가 결합됐을 때 등이다.
번역은 장옥진 인제의대 교수(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맡았다. 장옥진 교수는 중독의학자로서 활발한 연구 및 임상활동을 펼치고 있다(☎ 02-763-9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