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
이월이 머뭇거리는 동안 삼월이 왔다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계절을 보러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 간다
겨울 색깔들이 녹아 비가 쏟아진다
맑고 추운 초봄이 차창에 부딪힌다
처음 맨 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날처럼
비말이 튄다 꼬리를 흔들며 거슬러 오른다
십 년만에 수락폭포를 다시 만나다
겨우내 숨죽인 산의 정령이 깨어난다
환호하며 뛰어내리는 스무살 청춘이다
기꺼이 자기를 버리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한반도 내륙 깊숙이 푸른 봄이 스며든다
▶김완 혈심내과 원장 / 2009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있음.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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