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정용 KAIST 교수팀, 뇌막 기능이상 뇟속 '남아도는 당' 때문
뇌막 초점 맞춰 변성 확인한 첫 연구…뇌 질환 연구 새 접근법 제시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심각한 뇌 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일반 노화로 인한 뇌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화 관련 연구에 따르면 노화가 진행될수록 몸속에 '당'이 축적되고, 이렇게 축적된 당은 노화 연관 염증, 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 물질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도는 당 분자'는 몸속 다양한 단백질에 붙어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한다.
김필남·정용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공동연구팀이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혹은 뇌수막; brain meninges)에 노화에 따른 '당' 축적이 일어나면서 뇌 피질을 감싸고 있는 '최전선 방어벽' 기능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3월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고령자의 뇌막에서 당 분자의 과도한 축적을 확인했으며, 생쥐 모델에서도 나이에 따라 당의 축적이 이뤄지는 것을 규명했다.
뇌막은 뇌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뇌척수액과 피질의 경계에 존재하며 뇌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노화로 인해 생기는 뇌막 기능이상은 뇟속 '남아도는 당'에 의해 유도됨을 밝혔다. 특히, 노화에 의해 뇌막이 얇아지고 끈적해지면서 뇌척수액과 뇌피질과의 물질교환이 감소하는 원리 규명에 새 패러다임을 제공했다.
이번 연구(공동 제1저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효민 연구원·김신흔 박사)는 국제 학술지 <노화하는 세포>(Aging Cell) 2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Glycation mediated tissue level remodeling of brain meningeal membrane by aging).
뇌척수액과 직접 맞닿아 있는 뇌막은 주로 콜라겐(collagen)이라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ECM) 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인 섬유아세포(fibroblast)로 이뤄져 있다. 당이 흡착된 콜라겐 단백질과 부착된 세포는 콜라겐의 생산기능이 떨어지는 반면, 콜라겐 분해 효소의 발현이 높아지면서 뇌막은 지속적으로 얇아지고 붕괴된다.
지속적인 당 섭취로 인해 초과된 당 분자가 뇌에 쌓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신경세포의 변성과 뇌 질환 간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당 축적으로 인한 뇌막 변성 및 기능 장애를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뇌 질환 연구에서 새로운 치료 접근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김효민 연구원은 "인간의 뇌에서 시작해서 생체모사 뇌막 모델과 동물모델을 활용한 융합적 접근으로 노화로 인한 뇌 장벽 변화에 대해 규명한 흥미로운 연구"라고 소개했다.
김필남 교수 연구팀은 뇌막을 비롯 인체 전반적으로 쌓이는 당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체에서 단백질과 당이 만나서 형성되는 찌꺼기인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는 대식세포에 의해서 일부 제거되지만,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 단백질과 결합한 당화산물은 자연적으로는 제거되기 어렵다. 연구팀은 KAIST-세라젬 연구센터를 통해 '몸 속 당 찌꺼기' 제거를 위한 헬스케어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