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하니 PA·의대증원? "의료인력·의료전달체계 개편부터"

의사 부족하니 PA·의대증원? "의료인력·의료전달체계 개편부터"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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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회·주제발표회…"사관학교식 공공의사 육성" 제안
"PA, 필수의료 저해할 것, 외국처럼 엄격한 교육·인증 없는 도입 위험해"
"한국 의사 인력, OECD 통계상 '부족'하지 않아…봉직의 늘릴 방안 모색해야"

PA합법화와 의대증원을 주제로 한 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회 및 주제발표회가 3월 1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PA합법화와 의대증원을 주제로 한 제1회 바른의료연구소 토론회 및 주제발표회가 3월 1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최근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PA(진료보조인력) 제도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했다.

두 화두 모두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서 불거진 문제라는 점에서, 우선 실효성 있는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전문의 고용 확대가 이뤄진 후에 ▲체계적인 인력 교육 및 엄격한 자격 시스템 ▲공공의사 면허(사관학교식)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PA합법화와 의대증원 뜨거운 찬반 논란, 올바른 방향과 대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3월 18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제1회 토론회 및 주제발표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인석 바른의료연구소장,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고문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 왼쪽부터) 정인석 바른의료연구소장,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고문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토론회는 주제 발표에 대한 사회자와 청중의 자유로운 의견과 지적, 반론이 오가며 진행됐다.

정인석 바른의료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주제들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에서 첫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본래 찬반 의견을 가진 패널들을 모시고 가열찬 토론을 계획했으나,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패널을 초청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플로어와의 활발한 논의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토론회의 사회 및 진행을 맡은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고문(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개혁TF 대변인)이 PA와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주제발표에 반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용선 고문은 "주제발표는 바른의료연구소의 대표적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주제발표에 대한 반론 역시 제 개인적 의견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정재현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이 우리나라의 PA 의료행위와 외국 사례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정재현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이 우리나라의 PA 의료행위와 외국 사례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첫 주제인 PA 제도에 대한 발제는 정재현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이 맡았다.

정재현 실장은 "2011년 대한의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캐나다 등 우리나라 PA들이 현재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에서는 2~4년의 교육 기간을 의무 부여한다. 국가공인 자격증이 따로 없는 독일에서도 간호사들에게 따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PA를 허용한 나라에서도 의사의 감독을 전제로 진료를 허용하며, PA의 독자적 행위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국의 PA 운영과 관련해 정 실장은 "미국은 교육과정 수료 후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2년마다 100시간의 보수교육을 이수하고, 6년마다 자격 갱신 시험을 통과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며 "영국도 1600시간의 임상수련을 포함해 연 46주의 교육을 받고, 국가자격시험을 치른 후 1년의 인턴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며, 5년마다 재인증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PA 의료행위의 문제점으로 ▲현행법상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 ▲대리수술과 진배없이 의료행위자가 의사라고 믿은 환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점 ▲허위 부당청구를 조장한다는 점 ▲의료인 업무 범위 혼란 및 면허체계 붕괴를 초래한다는 점 ▲의료 질 하락에 따른 국민 건강 수준 악화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짚었다.

정 실장은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고 TO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PA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대부분이 필수의료 분야"라면서 "병원은 필수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의사를 추가로 고용하고, 수가 현실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비용을 이유로 의사 인력을 PA로 대체하면 저수가 체계가 고착화되고, 미용 개원 시장으로 의사인력 이탈과 필수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호법은 PA 합법화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실장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언제든 재조정할 수 있다. 간호법 제정에 따라 전문간호사 제도 관련 법 조항도 의료법에서 간호법으로 따로 떨어져 나간다.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 조금만 손 봐도 PA 합법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며 "의사들 역시 이런 문제로 간호법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A가 의사인력 증원의 대안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문과와는 상관없는 미용·성형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간호대를 증원했음에도 현장 간호인력은 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정식 교육제도나 독립된 자격제도를 도입해 PA를 양성화 하는 방안에 관해 정 실장은 "특정 자격을 만들면 제도를 정비하는 측에서는 새로운 직역 신설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기에, PA를 고용하는 측에서는 현재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의사를 대체하는 PA의 경제적 효과가 떨어지기에 추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실효성 있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 ▲병원급 의료기관의 전문의 고용 확대 ▲현실성 있는 전공의 수련교육 체계 수립 ▲의료전달체계 정비 및 상급종합병원 진료기능을 연구교육중심으로 전환 ▲OECD 평균 수준으로 수가 현실화 등을 제안했다.

그 이후에도 필수의료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될 때에야 △체계적인 미국 및 유럽식 전문인력 교육 시스템 구축하고 △엄격한 자격 및 보수교육 제도를 수립하는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재민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PA 문제에 있어 병원 및 의료계 자성의 목소리와 의료전달체계 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서울대병원 임상전담간호사 업무범위 논의 시 전공의가 함께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A 흉부외과 전문의는 "내시경 수술할 때 내시경 카메라를 잡는 일 등 의료현장에서 진료적·의료적 가치가 크지 않은 행위를 보조하는 인력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의료행위의 범위를 한정하고,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말썽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pan class='searchWord'>조병욱</span>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이 의대증원과 관련한 OECD 통계의 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이 의대 증원과 관련한 OECD 통계의 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인천광역시의사회 총무이사)은 의대 정원 확대과 관련한 OECD 통계의 왜곡 문제를 짚었다.

조병욱 연구위원은 "의사 수가 적다는 것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OECD 통계상 외국 역시 의대 정원 수에는 큰 변화가 없고, 한국의 의사 수 증가 폭 역시 외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기대수명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증가 폭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인구 10만명당 기대수명보다 이르게 사망한 수치는 가파른 감소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의 의료 질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적은 의사 수로도 훨씬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의사 수 부족은 문제가 생길 때라야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욱 연구위원은 "OECD 통계상 전 세계적으로 병상 수가 감소하고 있는 양상임에도, 한국만 전 세계와 반대로 기형적 급증을 보이고 있다. 의료이용률 또한 최고 수준으로 높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외래가 급감했음에도 사망률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그간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과도했으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병원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공급이 아닌, 의사인력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한 조병욱 연구위원은 "OECD 국가는 개원의가 30%, 병원 전문의가 70% 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개원의(병원 개업 포함)가 70%로 의사인력 구조가 역전돼 있다"면서 의사들이 봉직의로 일할 수 있는 동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안으로는 공무원 신분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가 가능한 '공공의사 면허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일종의 사관학교 형태로 기존 의과대학에 위탁 교육을 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고, 파견 공무원 신분이기에 정부 계획하에 지역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공공의사면허 전체 정원 선발 후 지역별 분배를 통한 위탁교육과 위탁 대학별 별도 정원 선발 역시 가능하다.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역의사 양성 방안과는 달리 '발령을 통한 이동'이 가능해 헌법소원에서 문제가 될 여지가 적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같은 의료행위에 대한 이원적 면허로 헌법소원 등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경쟁이 발생하고, 국가 보건의료정책이 이원화될 것이란 점을 함께 짚었다.

ⓒ의협신문
주제발표 후에는 플로어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의대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리면 낙수효과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을 충족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낙수효과는 없다. 미용 시장으로 유출될 것"이라며 "의대를 신설한다 해도 수련병원이 부족할 것이며, 교육을 할 교수가 현재도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지역의 의대 유치·신설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역의대를 나온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근무할만한 동인이 있지 않다면 당연히 모두 수도권으로 갈 것"이라며 "지역에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면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의사들을 유치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노인 인구와 진료 수요 증가로 인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지 않겠냐?'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1차 의료기관의 외래 이용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대부분 요양병원 병상 수의 증가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외래는 현재 공급으로도 충분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라면서 "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전문의 TO를 조정해야 할 문제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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