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10년…패러다임 바꿨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10년…패러다임 바꿨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3.27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3년 첫 개설…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다학제 진료팀 도입
하버드대 중환자실 등록시스템 구축…임상 결과 공유 의료 질 제고
박치민 과장 "10년간 이룬 성과 바탕 중환자의학 발전 이어갈 것"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의료진은 3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국내 중환자의학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정치량 교수, 박치민 교수, 서지영 교수, 양정호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의료진은 3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국내 중환자의학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정치량 교수, 박치민 교수, 서지영 교수, 양정훈 교수.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개설한 중환자의학과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선진국 수준 중환자 치료시스템을 도입하고 국내에 중환자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알렸다. 국내 중환자의학 교육 체계화에도 큰 족적을 남겼고, 600여건의 연구성과도 새겼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의료진은 3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0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국내 중환자의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서지영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장), 박치민 교수(중환자의학과장), 정치량 교수(중환자의학과 의국장), 양정훈 교수 등이 참석했다.

서지영 교수는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만큼 많은 환자를 살렸다. 강력한 중환자 관리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각인된 것은 잘 갖춰진 중환자 진료체계의 중요성이다.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은 좋은 모델이다. 다른 병원의 변화를 살펴보면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도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했다. 또 다른 병원들도 중환자의학과를 만들고 있다. 외부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중환자의학과가 개설되기 전에는 각 진료과에서 중환자실 운영을 맡으면서 중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가 어려웠다. 삼성서울병원은 전문적 중환자실 운영을 모토로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와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의 첫 발을 뗐다.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제도는 중환자의학 전문의를 배치, 24시간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제도다. 당시 교수 5명과 임상강사 4명을 포함해 중환자 전문의 9명이 배치됐다.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기본으로 각 진료과별 담당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는 물론 간호사와 약사, 영양사까지 모두 중환자실 회진에 참여한다. 무엇보다 진료과 중심에서 벗어나 중환자실 다학제 진료팀이 주도하는 중환자실 운영이 강점이다. 

중환자실 전담 인력을 갖추면서 언제든 보호자가 환자 상담과 치료계획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 다학제시스템 인프라가 갖춰짐에 따라 중환자의학과 관련 전문 연구와 교육이 가능해졌다.

박치민 교수는 "중환자의학과의 다학제 시스템은 의사·약사·간호사·영양사·호흡치료전문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에서 회진을 함께 돌며 시너지를 낸다.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고 모든 환자들의 케어를 다학제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라며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한 이후 놀라운 경험을 했다. 환자가 정말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중환자 전문의가 있음으로써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중환자들의 사망률을 5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다학제진료의 시너지다. 환자의 상태가 달라졌다. 국내 병원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역할이 있다. 교육에서도, 진료에서도, 연구에서도 우리의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중환자 진료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의학 연구와 교육 발전을 위해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중환자실 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임상연구 결과도 공유했다. 중환자실 등록시스템은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중환자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물길이 됐다. 

또 전공의 대상 중환자 연수교육 확립, 중환자실 진료 프로토콜 개발 및 개선, 중환자실에서 필수 수기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육, 필수술기 인증제 확립 등을 통해 중환자의학 교육을 체계화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창설 후 중환자치료의 질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16년부터는 '중환자재활팀'이 구성되면서 중환자실 환자에게도 전문적인 조기 재활치료가 가능해졌다. 

중환자 재활치료 방식으로 도입한 'ABCDEF 치료 프로토콜'은 ▲A(Assess, Prevent, and Manage Pain) - 통증 평가·예방·관리 ▲B(Both Spontaneous Awakening Trials(SAT) and Spontaneous Breathing Trials(SBT)) - 자발 각성과 자발 호흡 시도 ▲C(Choice of analgesia and sedation) - 진통 및 진정제 선택 ▲D(Delirium:  Assess, Prevent, and Manage) - 섬망 평가·예방·관리 ▲E(Early mobility and Exercise) - 조기 이동 및 운동 적용 ▲F(Family engagement and empowerment) - 중환자 가족 참여를 적극 유도 등을 구현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는 2014년 기준 섬망을 경험한 환자 평균 비율이 45%에서 35%로 감소하면서 조기 중환자 재활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량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10년의 성과와 발자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치량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10년의 성과와 발자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치량 교수는 "조기 중환자 재활 역시 효과가 뚜렷하다. 중환자들은 보통 누워만 있게 된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눕혀만 있기보다는 앉혀 보고, 움직여보는 등 본래의 원초적 행동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신체회복에 오래걸리고 우울이나 수면장애를 겪기도 하지만 체계적으로 재활을 지원한다. 다만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일이지만 관련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라며 "조기 중환자 재활 효과는 최근 호주·뉴질랜드 연구진이 <NEJM>에 발표한 논문에서 학술적으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심혈관계 중환자치료 등 세부 영역의 치료 성과도 공개했다. 

양정훈 교수팀은 2012년 1월∼2015년 12월 기간동안 2013년 3월 이전 전담전문의와 다학제 진료가 없는 '낮은 관리 그룹(low-intensity)' 616명과 2013년 3월 이후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배치되고 다학제 진료를 받은 '높은 관리 그룹(high-intensity)' 1815명을 나눠 조사한 결과, 낮은 관리 그룹 대비 높은 관리 그룹에서 사망률이 47% 감소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19.896/2016년 기준)에 발표됐다.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심인성 쇼크' 대상 환자 중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 사망률 비교 분석에서도 낮은 관리 그룹 대비 높은 관리 그룹에서 상대적 사망위험율이 76% 감소했다.

심장내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일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와 달리 기본적인 중환자 전담의로서 지식뿐만 아니라, 약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심인성 쇼크 환자 치료에 기계적 순환보조 장치인 대동맥 내 풍선 펌프, 체외막 산소화장치(에크모·ECMO), 좌심실 보조 장치(인공심장) 등 체외순환기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처음으로 '다학제 심혈관계 중환자치료팀'을 구성,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배치·운영 중이다.

양정훈 교수는 "다른 질환과 달리 심인성 쇼크 환자는 지역별·병원별 사망률 차이가 크다. 우리 병원 사망률은 30%선이지만, 3차병원 평균 사망률이 70%에 이른다. 인력 문제도 있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지역이송체계가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중환자 이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에는 1년에 40명 정도 에크모 전원 환자를 진료한다. 우리 병원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모셔 오는 시스템은 큰 희생이 필요하다. 의료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으로서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환자관리는 지속성 측면이 중요하다. 의료진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환자가 행복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의료진이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의료진이 소진되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 연수차 몸담았던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중환자실에 심장내과 전담 전문의 20명이 근무했다. 우리는 전담전문의 1명이 있을까말까 한다.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능력 있는 의사들이 오래 종사할 수 있고 후배양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에크모는 심폐부전이나 심정지 등과 같은 위급 상황에서 체내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주는 장치다. 

삼성서울병원은 2014년 심장외과와 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체외 순환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인 '에크모팀'을 꾸렸다. 이후 에크모 전용 이동형 중환자실 차량 개조 등 투자를 늘려 중증·응급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해왔다. 

지난해 에크모팀은 에크모 치료 2000건을 달성했으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 추계 학술대회는 코로나19 에크모 치료 환자의 생존율을 67%로 보고하는 등 에크모 치료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치민 중환자의학과장(중증치료센터장)은 "중환자들을 위한 정밀 맞춤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10년을 달려왔다"라며 "국내 중환자 의료를 선도하며 일궈낸 최초 성과들을 바탕으로 중환자의학 발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개설 10주년을 맞는 3월 28일 <중환자의학과 10년사>를 발간할 예정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