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사, 채권자대위소송 이어 양수금 소송도 '패소'

실손보험사, 채권자대위소송 이어 양수금 소송도 '패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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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실손보험사, 환자를 대신해 직접 진료비 반환 청구 못해" 
부당이득반환채권 양도받아 양수금 청구 소송 제기… "무효" 판결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실손보험사가 피보험자를 대신히 직접 진료비 반환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3일 실손보험사가 피보험자로부터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받아 요양기관을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단을 인정, 실손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실손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가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피보험자들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다가 대법원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인 A보험사도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했다가 다수의 유사한 채권자대위소송이 패소 판결을 선고받자, 소제기 후 상당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피보험자들 중 1인의 피보험자로부터 요양기관인 피고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받아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보험자(환자)가 원고(실손보험사)에게 피고(의료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한 것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소송신탁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A실손보험사는 47명의 보험계약자들과 2006년 3월경부터 2017년 8월경까지 실손의료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의 피보험자들은 피고 운영의 의원에서 진공보조장치인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양성병변 절제술(이하 '이 사건 맘모톰 절제술')을 받고 진료비를 지급했다. A보험사는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 피보험자들에게 진료비 전액이나 일부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A보험사와 같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들은 2019년경부터 요양기관이 수진자인 피보험자들에게 행한 이 사건 맘모톰 절제술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이므로 피보험자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피보험자들을 대위해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는데, A보험사도 2019년 5월 31일 피고를 상대로 이와 동일한 유형의 이 사건 채권자대위소송(선택적으로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을 제기했다.

A보험사는 1심 변론종결 이후인 2020년 5월 4일 이 사건 피보험자 47명 중 1인인 C씨로부터 이 사건 맘모톰 절제술에 따른 C씨의 피고(의료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받고, C씨의 채권양도 통지권한을 A보험사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받았다.

A보험사는 원심 계속 중인 2020년 9월 17일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제출해 C씨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자대위소송 부분을 양수금 청구(이하 '이 사건 양수금 청구')로 교환적으로 변경했고, 피고에게 위 청구원인변경신청서 부본 송달로 이 사건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했다.

한편, A보험사와 C씨는 2010년 3월 11일 상해사고로 사망 또는 후유장애에 대해 보장하는 기본계약과 함께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상품보장내역 중 이 사건 맘모톰 절제술과 관련이 있는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갱신형)담보'는 상해 또는 질병당 가입금액 한도지급액(최초입원일로부터 365일)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치료비용, 수술비의 90%해당액, 병실 사용료 한도액'이라고 정하고, 단서로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부담의료비의 총액의 40% 해당액 한도보상'이라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재판과정에서는 이러한 채권양도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소송신탁에 해당해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실손보험사들이 요양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주장하는 사건들에서 대부분 패소하는 판결이 선고된 점을 종합하면, A보험사는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이 부정되는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청구 중 일부라도 다른 판단을 받을 목적으로 소외인으로부터 A보험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서에는 양도 대상인 채권이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와 체결한 진료계약에 따라 지급한 진료비 중 과다한 법정비급여 진료비용의 인상 및 책정 또는 비급여 항목의 임의 변경 등과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 관련 법규에 위반되어 반환의무가 인정되는 진료비 반환채권 중 채권양수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바, 소외인이 관련 법률관계에 관해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의문이 들고, 소외인이 피고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범위에서 성립하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실손의료보험계약의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갱신형) 담보 부분 단서에 국민건강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본인부담의료비의 총액의 40%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 사건 채권양도양수계약서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위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갱신형)담보 부분에 관한 소외인과 A보험사 사이의 법률 효과 및 구체적인 내용이 불분명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소송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송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의 진료비 청구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요양기관인 피고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인 원고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어떠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불법행위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채권양도가 이뤄진 경우 그 채권양도가 신탁법상의 신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므로 이는 무효"라며 무효 판결을 한 원심에는 문제가 없어 A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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