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10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그의 두 손만은 아니다. 외롭고 지쳤다는 60대 남성의 일상에 술이 풍긴다. 안테나가 없어진 집, 다이얼이 사라진 핸드폰, 종이가 아닌 책, 취소된 축제, 시들어진 종교가 불만이었다. 올해 농사가 끝났지만, 주식과 비트코인 부동산이 한창이라고 했다. 무얼 먹은들 무슨 상관 이냐는 그의 토로에 모두가 해야 하는 마스크의역할이 서로의 입 냄새도 막아주고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조개를 넣어 끊인 된장찌개와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흰밥이 있던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눈물 앞에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가. 그의 입 모양을 볼 수 없던 나는 허리를 굽혀본다. 아직 마스크의 기술이 듬성듬성해서 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궁리 속에서 잔잔히 열리는 오솔길로 나는 걸어 들어가려 한다.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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