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고
가을을 지나쳤을 뿐인데
단풍이 지고 붉은 노을마저 사라져 버렸다
삼시세끼 똑같은 풍경처럼
오늘의 운세만으론
승자인지 패자인지 헷갈려
가만히 지갑을 열어본 것인데
찰랑거리는 가을이 바닥에 쏟아진다
밑져야 본전인 천국처럼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도
금세 터져 나오는 헤픈 미소들
실실 웃다가
틀니를 빼놓고 거울을 보면
영락없는 젊은 날의 하회탈들
잇몸뿐인 삶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려
손에 꼭 쥐고 있는 천 원 짜리 지폐를 만져보는데
꼬깃꼬깃한 천국이
지도처럼 선명하게 그려진다
쉬!
조심해
네가 소변을 보면 별자리가 뒤집어지거든
쉿!
혼자가 아니잖아
사자자리와 처녀자리가 만나면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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