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의장 "본회의 악법 통과 후 총파업 결정 시 회원 적극 동참" 강조
총회서 '의협회장 선거 간선제 도입'·'의대정원 증원 저지' 안건 논의
"의료현안 즉각 대응 위해 분과위 상시 개최 필요"...대의원회 변화 언급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두 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파업을 비롯해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파업을 결정하면 투쟁 대상은 두 악법을 강행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야 한다며 회원들이 파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성민 의장은 4월 12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대화와 소통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하고, 지금은 투쟁에 무게를 둬야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 41대 집행부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대화와 소통을 열심히 했지만, 결국에는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말았다"며 "두 악법 저지를 위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비대위 구성을 의결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민 의장은 "비대위가 구성된 이후 철야농성, 단식, 16개 시도의사회 동시집회 등을 벌인 것은 잘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 의협 집행부와도 협조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비대위에서는 파업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총파업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룰 안건도 소개했다.
박성민 의장은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의협회장 선거 간선제 도입,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의협 신축회관 대관 활성화, 국가예방접종 교육 통일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며 열띤 토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의원 총회의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성민 의장은 "정기총회에서 욕설과 고성으로 인해 회의 진행이 원만하게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대의원들이 성숙된 토론문화를 가졌으면 한다. 이번에는 강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기총회가 1년에 한 번 열리다보니 현안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각 분과위원회가 상시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해서 회원의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올해 정기대의원총회의 주요 안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의무·홍보분과위원회, 예산·결산 분과위원회, 보험·학술 분과위원회, 법령·정관 분과위원회 등의 상정 안건은 전년과 비슷하다. 수가현실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 등의 안건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올해 새로 올라온 안건 중 ▲의협회장 선거 간선제 도입 ▲의협 신축회관 대관 활성화 ▲국가예방접종 교육 통일 등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협회장은 직선제로 선출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보니 간선제 도입 안건이 상정된 것 같다. 투표권이 있는 회원은 4만∼4만 5000명 정도인데, 실제로 투표에는 2만여명이 참여한다. 그리고 이 중 6000여표를 획득하면 의협회장에 당선된다. 이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지고, 매번 이해관계에 따라 탄핵 요구 등으로 곤혹을 치렀다. 직선제와 간선제는 장단점이 다 있다. 지금은 간선제를 한 번 논의해볼 필요는 있는듯 하다. 간선제가 되면 대의원수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대의원수를 증원시키자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간선제 도입이 의결된다면, 대의원수를 증원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의협 신축회관 대관 활성화 안건이다. 의협회관 지하에 큰 강당이 있다. 300여명 들어간다. 임시총회를 할 수 있는 규모인데,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젊은 의사와 의대생에게 개방해서 세미나, 학술대회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예방접종 관련 안건도 상정됐는데, 많은 회원들이 국가예방접종 관련 교육을 개별적으로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국가예방접종 관련 교육을 나눠서 받기보다 통합해서 한꺼번에 받게해 달라는 요청이다.
Q. 지난해 정기 대의원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파행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에는 정족수 미달로 의결이 안 되는 것은 크게 없었다. 지난해 총회에서 축사 등이 길어지고 윤리위원 선출과 관련해 의견이 많아 회의가 지연되다 보니 정족수에 미달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지난 임시 대의원 총회에선 몇몇 방청회원들이 욕설과 고성으로 회의 진행과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 있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상당히 많이 논의했다. 이번에는 강하게 할 생각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는 성숙된 토론문화를 보여줬으면 한다. 물론 의협 집행부의 잘못을 질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함을 지르는 것은 성숙된 토론문화가 아니다. 집행부가 잘못했으면 규정과 정관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 정기총회에서 논의할 안건이 많다. 이번에도 불상사가 발생하면 퇴장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운영위원회도 규정에 따라 윤리위원회 회부 방안도 논의했다.
Q. 보건복지부가 이번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의사인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 있나?
시도의사회에서 올라온 안건은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무분별한 의대 증원 확대 반대 등의 안건이 대부분이다. 저지하자는 안건은 있어도 확대와 관련한 안건은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요청 했지만,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9·4합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본다.
의사 회원과 대의원 대부분은 의대 증원이 과연 필요한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때문에 의대 증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Q. 지난해 4월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제41대 집행부의 회무 방식을 신뢰한다고 했고, 당·정 대응력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후 간호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료인 면허취소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됐다. 지금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정기총회에서는 41대 집행부가 잘한다고 평가했다. 현 의협 집행부는 지난해까지는 소통과 대화 등을 큰 문제 없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법사위에 계속 계류시키는 등 잘 막았다.
그런데 올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제는 소통과 대화만으로는 힘들다고 본다. 비대위가 구성된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대화와 소통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은 투쟁에 무게를 둬야 한다.
Q. 대의원회 산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국회 투쟁에 나섰다. 비대위 목적은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의료인 면허취소법) 입법 저지인데, 두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비대위 활동을 평가한다면?
결론부터 말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 비대위원장의 국회 앞 천막농성, 16개 시도별 민주당사 앞 집회, 단식 등은 집행부가 하지 않은 것들이다. 비대위는 현 의협 집행부와도 협조가 잘 되는 것 같다.
Q. 비대위 출범 당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어떻게 비대위 활동을 지원하고 있나?
대의원 산하 비대위라서 의장으로서도 도움을 당연히 줘야한다. 비대위원장이 수시로 의견을 묻는다. 현안을 해결하려 함께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대위를 구성해 운영했지만 예산이 큰 문제였다. 이번에는 예비비를 통째로 비대위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감사단과 집행부에 많은 협조를 당부했다. 비대위를 충분히 도울 것이다.
일각에선 비대위 무용론도 제기되는데 당연히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 투쟁은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 본다. 절대적인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투쟁과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도 같이 해야 하고, 의협 집행부와도 협조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당초 비대위의 활동기간을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의협 정기 대의원 총회까지로 정하고, 연장 여부를 총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비대위 활동 연장에 대해 이번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Q. 보건복지의료연대 각 단체별로 파업(집단 휴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 운영위에서 파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나? 총파업에 대한 생각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파업 안건을 상정해서 논의한 적은 없다. 하지만 파업 관련 얘기들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파업 의견이 많으면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 투쟁의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인데, 혹여나 정부에 대한 투쟁으로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투쟁의 대상을 더불어민주당으로 할 때 어떻게 파업과 연관시킬 것인지 좋은 안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총파업을 결정하면, 회원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비대위와 의협 집행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지난 파업 때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은 사실이다. 파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홍보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회원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같이 하는 파업이기 때문에 파업 영향은 클 것으로 생각한다. 파업의 상대가 누구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Q. 의협 대의원회 의장으로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다. 지난 2년간 대의원회를 이끈 소회와 한 해 각오를 밝혀달라.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의료계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의장이 되면서 대의원과 회원들과 화합과 소통을 중요시했다. 운영위원회에서도 많이 노력했다.
대의원총회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분과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은 총회 본회의에서 재논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회의 진행을 빨리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정기 대의원 총회도 안건을 미리 공유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회원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의협의 위상을 높이고, 의협 집행부에 힘을 더 실어줘야한다. 그동안 악법을 방어하는데만 너무 많은 힘을 쏟았는다. 앞으로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의협의 위상을 높이고, 의료계에 필요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협의 위상을 높이면 의료 관련 법을 논의할 때 의견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회원의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는 대의원회가 됐으면 한다. 집행부 회무를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정책을 만드는 다양한 의견이 정기 대의원 총회를 통해 많이 제시하기를 바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대의원 총회로는 시의적절하게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에 부족하다. 예를 들어 분과위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을 듯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집행부가 회무를 추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이 좀 더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