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와 '의료의 질'

'의사 수'와 '의료의 질'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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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비교하려면 구조만 볼 게 아니라 과정·결과까지 '종합' 평가해야
구조(의사 수) 외에 과정(대기시간)·결과(진료 횟수·기대수명·영아사망률) 살펴야
의사 수 부족 현상, 전체 아닌 의료 취약지역·특정 의료 분야 국지적 현상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의협신문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의협신문

의료의 질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그러나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료에는 매우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어려운 작업에 과학적 분석의 틀을 제시한 거장이 아베디스 도나베디안(Avedis Donabedian)이다. 

도나베디언은 구조(structure), 과정(process), 결과(outcome)라는 의료의 질 평가 틀을 제시했다. 구조는 의사의 수, 장비의 수와 같은 지표로 측정한다.

과정은 적절한 시간 내 치료와 같은 지표로 측정한다. 결과는 진료의 양, 기능회복, 사망률 같은 지표로 측정한다.

의료의 질에 있어 구조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다만, 치료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과정보다는 구조를 평가하기 쉽다. 그래서 구조 지표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과정이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구조만으로 의료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떠드는 것은 실로 무식한 것이다. 

여러 나라의 의료체계를 비교하는 작업도 비슷하다. 구조, 과정, 결과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OECD 보건통계(OECD Health Statistics)의 일부만을 떼어 전가의 보도처럼 흔들면서 의료정책의 대가인 양 떠드는 교수들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낮다. 따라서 구조 측면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과정 측면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OECD는 의료서비스를 받는 대기시간(waiting times)도 비교한다. 대기시간은 의료접근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OECD는 대기시간이 정책적 우선 과제가 되는지에 따라 OECD 국가를 다섯 집단으로 구별한다. 우리나라는 독일·일본·스위스와 같이 대기시간이 가장 문제 되지 않는 나라에 포함된다. 

OECD는 선택 치료(elective treatment), 전문의 진료(specialist care), 진단 검사(diagnostic tests), 병원 응급진료(hospital emergency departments), 일차진료(primary care), 암 치료(cancer care), 정신보건 서비스(mental health service), 심장 치료(cardiac care) 등 8개 분야에서 대기시간의 문제를 비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료는 OECD 연구에 나와 있지 않다.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달리 일본은 8개 영역 모두에서 대기시간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나라로 평가된다. 일본의 임상의사 수는 1000명당 2.6명으로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다.

결과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중 단연 1등이다. 너무 많이 이용해서 문제다. 기대수명은 83.5세로 일본 다음으로 높다. 영아사망율은 출생아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인 4.1명보다 매우 좋다.

암에 의한 연령표준화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164.8명으로 OECD 평균인 204.2명보다 매우 좋다. 물론 이 모든 게 의료 때문은 아니지만 의사가 부족해 치료를 못 받아 문제라면 이런 좋은 통계치가 나올 수 없다. 

결국 OECD 보건통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의사 부족은 전체적 현상이라기보다 의료 취약 지역, 특정 의료 분야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야간자습을 강제로 시켰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라면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자율적으로 공부하는지, 학습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와 달리 학생이 야간자습을 하는지에 따라 학생을 재단하고 괴롭히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선생님일 수 없다. 그는 어설프게 야간자습 통계를 휘두르는 권력적 관료체제의 주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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