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P 억제제 용처,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확대...임상 현장 기대감
저위험군 환자 gBRCA 변이 검사 건강보험 불가...학계 "문턱 낮춰야"
유방암 환자 진단 및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생식선 유방암감수성 유전자(gBRCA, germline BRACA) 변이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절한 치료제가 있음에도 진단 검사의 문턱이 높아, 치료 이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이야기다.
gBRCA는 종양 억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로, 이에 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DNA의 복구가 어려워지며 일반 세포에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 암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BRCA변이는 통상 유방암 환자의 약 5~10%에서 발견되는데 BRCA1 변이가 있을 경우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평균 65%, BRCA2 변이는 4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계가 BRCA변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 치료제의 등장과 맞물린다. PARP 억제제를 통해 그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특히 지난 2월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의 적응증이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확대되면서 표적치료 옵션의 용처가 더욱 늘었다.
다만 경직된 검사 급여 기준이 한계다.
gBRCA 검사는 현재 △유방암이 진단되고 가족 중 유방암·난소암·남성 유방암·전이성 전립선암·췌장암이 있는 경우 △만 40세 이하에 진단된 유방암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또는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2019년 기준 국내 만 40세 이하 유방암 환자가 3%,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전체의 15~20%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그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미국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SABCS 2022)에서 발표돼, 주목을 끌기도 있다.
안희경 가천의대 교수(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와 박연희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팀이 국내 22개 의료기관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gBRCA 변이 유무를 검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총 570명 환자 중 42명(7.4%)에서 gBRCA1/2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국내 gBRCA 검사 급여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의 숫자가 19명에 달했다. 변이 확인 환자의 절반 가량이 급여 기준 미해당자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저위험군 환자에서 gBRCA 검사의 보험 급여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현재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중에서 gBRCA 표적치료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자 일부가 검사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전자 검사를 전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확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손주혁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gBRCA 변이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수술 후 조기단계에서 표적 치료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이를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며 "향후 gBRCA 변이 검사의 급여 대상이 확대되어 보다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