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경증환자 상급병원 이송 중단해야...중증환자 '진료기회' 상실

119 경증환자 상급병원 이송 중단해야...중증환자 '진료기회' 상실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05.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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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구 10대 사망 병원 탓 돌린 보건복지부 '오진'
후속·최종 진료 부족할 땐 수용 곤란…강제 수용하려면 법적 책임 감면해야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비응급 또는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진료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비응급 또는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진료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중증 외상환자 사망 사건의 책임을 병원 탓으로 돌린 데 대해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는 응급의학의사회의 비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4일 대구파티마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중등도 분류 의무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위반 등을 적용, 시정명령·보조금 지급 중단·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4일 '대구 소아 사망 사건 보건복지부 처분에 대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은 중증외상 응급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 부족, 병원 전 환자 이송 및 전원 체계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면서 "개별 병원의 이기적인 환자 거부 탓으로 책임을 돌린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먼저 보건복지부가 중등도 분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데 대해 "119로 내원한 모든 환자를 환자분류소로 일단 진입토록 하면 대학병원급 권역응급의료센터 진료 지연과 치료결과 악화에 따른 법적 책임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병원전 환자분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응급환자 강제수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나쁜)진료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 접수와 비용 발생에 따른 민원과 분쟁, 이송 책임주체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증이나 비응급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짚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점유하면 중증환자에 대한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증환자의 119이송을 중단하고, 상급병원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기환자나 경미한 교통사고 같은 경증 환자들도 119를 타고 내원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환자를 일단 받거나 못 받는 경우 응답대장을 전수 기록하라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들에게 가혹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힌 응급의학의사회는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은 이송지연에 따른 책임을 의료진들이 지도록 한 것으로 앞으로 더 많은 민사·형사 소송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키지 못할 기준을 마련해 놓고 위반 시 처벌하면 응급의료 현장 붕괴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논의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중증 응급환자·중증 외상환자들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밝힌 응급의학의사회는 "이 모든 상황의 개선을 위해 대화와 논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정책당국과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그간 의료계는 지속해서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무너지는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의료를 정상화해 달라고 정부·국회·보험자단체에 요구해 왔지만 외면해 왔다"면서 "이번 대구 청소년 사망 사건은 지원과 회생 대책을 외면해서 비롯된 정부의 실패를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상투적인 징벌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국가가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땜질하면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분야의 지원율 하락 사태와 숙련된 기존 인력의 이탈을 유발하는 나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진이 격무와 의료사고 처벌 위험에서 벗어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강화 ▲필수의료 인력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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