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올린 내년도 수가협상, 의료계 "협상다운 협상 하자"

막 올린 내년도 수가협상, 의료계 "협상다운 협상 하자"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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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6개 의약단체·건보공단, 치열한 수 싸움 예고...5월 31일까지 결정
공단 "재정수지 흑자 놓고 가입자·공급자 엇갈린 기대...역대급 난항 예고"
김봉천 의협 협상단장 "협상 참여조차 쉽지않은 결정..마지막 선택 아니길"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상견례를 갖고,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상견례를 갖고,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수가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2년 연속 이어진 재정수지 흑자를 두고 가입자와 공급자의 기대가 엇갈리면서 역대급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달 말을 협상 시한으로 해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상견례를 갖고,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상견례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올해 수가협상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탓이다. 

통상 각 단체와 기관의 수장이 나서는 자리지만 올해는 공석인 건보공단 이사장을 대신해 현재룡 공단 이사장 직무대리가, 단식 후 건강을 회복 중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대신해 김봉천 의협 수가협상단장이 참석했다.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대리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대리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현재룡 이사장 직무대리는 "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풀면서 우리 사회가 일상회복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의료계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 문을 열면서도, 이번 수가협상에 대해서는 "역대급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021년과 202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를 두고 가입자는 보험료를 덜 올리길 기대하고 공급자는 수가인상 등에 사용하기를 기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 직무대리는 "필수의료체계의 구축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수가인상이 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며 "단체장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료계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다시 협상장에 나선 의협은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수가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말 뿐인 수가협상이 반복되지 않겠느냐"는 회의감도 감추지 못했다.

김봉천 의협 수가협상 단장은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의협 내부적으로나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협회 차원에서 지난 4월 입장문을 통해 수가협상 거부 가능성을 언급했을 정도로, 의료계 내부에서는 수가협상 참여 여부에 대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수가협상에 나섰던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스스로 협상권한을 반납했고, 지난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올해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결과물을 얻어 내라는 주문도 나왔다"며 "이러한 회원들의 요구는 그 동안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은 통보가 아니라, 말그대로 협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단장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고 있다. 제가 마지막 협상단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은 이번이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단에 전향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윤 회장은 "건강보험재정의 계속된 흑자로 약 24조원 규모의 안정된 누적 재정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필수보건인프라 구축과 예측불가능한 감염병 등에 대한 상시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수가협상은) 적극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라고 밝혔다. 

"현 수가계약제도는 제도적으로 정보의 접근성 등에서 공단이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공단의 전향적인 협력과 의료공급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힌 윤 회장은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양측의 입장과 균형을 조율하는 가교 역할을 다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상견례에는 각각 의원과 병원급을 대표해 참석한 의협과 병협을 비롯해,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공단에서는 현재룡 이사장 직무대리,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김남훈 급여혁신선임실장,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이 자리했다.

의약단체와 공단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체제에 돌입할 예정으로, 수가협상 법정 마감시한은 오는 5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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