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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한의사 미용진료' 하면 '의사 필수의료' 한다는 억설(臆說)
'한의사 미용진료' 하면 '의사 필수의료' 한다는 억설(臆說)
  •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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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규명하지 못한 '경혈'…WHO 표준화 회의서도 33개 확정하지 못해
존재조차 몰랐던 '신경'을 '경혈'과 연결?…학계 '침술' 평가 성찰 필요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2023년 4월 26일 한국의료변호사협회가 주최한 '한의사 초음파기기사용 관련 대법원 전합 판결' 토론회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임원은 "미용진료를 한의사가 하면 그 파급효과로 기존 미용 영역에 몰려 있던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배치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억설(臆說)했다. 의과 의료기기인 'Intense Pulsed Light 레이저나 색소 레이저 등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은 의료법상 위법 행위를 허용하라는 것으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19년 12월 31일 '자기식 침 시술 가이드 초음파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최종보고서를 통해 "침구 시술에 의한 부작용의 가장 큰 원인은 시술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물의 손상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에는 경혈(經穴)에 대한 객관적 근거와 학술적 설명은 물론 구조물 손상을 보여주는 초음파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한의계는 '경혈'의 존재를 실체적(實體的)으로 밝히지 않은 채 중국 고서(古書)에 적혀 있는 사변적(思辨的) 개념만 고수하고 있다.

2007년 '제5차 WHO 경혈 위치 국제표준화 회의'(자료1)에서 위치 불일치 9개, 표현 불일치 18개 그리고 논의하지 못한 것이 6개로 총 33개 경혈의 위치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WHO는 2018년 6월 18일 국제질병분류(ICD-11)을 공포하면서 제26장 전통의학 장(traditional medicine chapter)을 새로 도입했다. WHO는 "이 조치는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에 관한 통계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통의학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계를 명확히 했다. 

일본 연구진은 2018년 11월 ICD-11을 토대로 한국·일본·중국의 전통의학 병명·병증 일치 및 차이를 정리한 연구결과[ICD-11 경맥병증을 바탕으로 한 건강조사표에 대하여-경맥병증에 의한 건강조사표(OHQM)와의 비교]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불일치가 11.3%에 달했다. 대장경병증(大腸經病證) 하나만 일치했으며, 담경병증(膽經病證)의 일치율이 37.5%로 가장 낮았다[자료1]. 

[자료4] '영추'경맥편을 바탕으로 한 건강조사표. OHQM(Oriental Health Questionnaire Meridian vessel pattern identification),과 ICD-11을 기반으로 한 OHQ-MⅡ(Oriental Health Questionnaire Main meridian patternⅡ)의 일치율. ⓒ의협신문
[자료1] '영추'경맥편을 바탕으로 한 건강조사표. OHQM(Oriental Health Questionnaire Meridian vessel pattern identification),과 ICD-11을 기반으로 한 OHQ-MⅡ(Oriental Health Questionnaire Main meridian patternⅡ)의 일치율. ⓒ의협신문

기본적인 경락 위치 조차 나라 별로 서로 다를 정도로 모호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2007년 제5차 WHO 경혈 위치 국제표준화 회의결과를 보고한 논문. ⓒ의협신문
[자료2] 2007년 제5차 WHO 경혈 위치 국제표준화 회의결과를 보고한 논문. ⓒ의협신문

대한한의영상학회는 2022년 11월 13일 강연을 통해 "경혈(經穴)에 침을 놓으면 Acupuncture signals(침자신호·針刺信號)는 구심성 신경(神經)을 통해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돼 국소적·분절적·전반적인 효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차의료기관에서의 장부형상(臟腑形象) 초음파 소회' 발표에서 "기존의 망문문절(望聞問切) 사진(四診)은 훌륭한 임상적 가치가 있는 반면 한계(限界) 또한 명확하다. 환자의 증상과 기존의 망문문절을 통해 임상의 단서를 잡고, 장부 형상 초음파로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양방에서는 할 수 없는 한의학적 진단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진(四診)의 한계와 장부형상의 우수성 그리고 경혈과 신경의 관계를 주장했다.

한의계의 장부형상 초음파는 의과 초음파 의료기기 이미지다. 1번 증례의 난포(卵胞)와 자궁내막. A=약 0.53cm 크기의 내막, B=약 1.40x1.41cm 크기의 난포, C=약 0.70cm크기의 내막, D= 약 1.5cm 크기의 난포, 0.73cm 크기의 내막. ⓒ의협신문
[자료3] 한의계의 장부형상 초음파는 의과 초음파 의료기기 이미지다. 1번 증례의 난포(卵胞)와 자궁내막. A=약 0.53cm 크기의 내막, B=약 1.40x1.41cm 크기의 난포, C=약 0.70cm크기의 내막, D= 약 1.5cm 크기의 난포, 0.73cm 크기의 내막. ⓒ의협신문
[자료3] 호르몬 검사. 1번 증례의 혈청호르몬 분석. FSH(난포자극호르몬), E2(에스트라디올), AMH(항 뮬러관호르몬). ⓒ의협신문
[자료4] 호르몬 검사. 1번 증례의 혈청호르몬 분석. FSH(난포자극호르몬), E2(에스트라디올), AMH(항 뮬러관호르몬). ⓒ의협신문

그러나 한방논문(자료2)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한의영상학회에서 언급한' 장부형상'은 의과 초음파 영상 이미지(자료3)를, 호르몬 검사(자료4)는 의학 검사를 자의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의계는 "양방에서는 할 수 없는 한의학적 진단방법"이라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침의 진통 기전'(CLINICAL PAIN VOL. 2, NO. 1, 2003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경혈학교실) 논문은 통증의 원인을 "한(寒), 열(熱), 담음(痰飮) 및 어혈(瘀血) 등으로 보고, 고대로부터 침자극이 이용된다"거나  "불통즉통(不通則痛)은 기혈(氣血)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나며 침치료의 근거"라고 하면서도 "아직은 명확하게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일치된 이론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실태를 토로했다. 

그리고 한의학 이론으로 △영추 구침십이원론(九鍼十二原論) "그 경맥을 통하여", "그 혈기를 조절한다" △영추 자절 진사편(刺節眞邪篇 ) "바늘 등을 사용함은, 기를 조절하는 것에 있다" △소문 보명전형론(寶命全形論) "무릇 침을 놓는 것의 진수는, 반드시 먼저 신(神)을 다스리는 것이다" △소문 침해론(鍼解論) "그 신(神)을 통제하면, 기가 쉽게 흐르게 한다"를 제시했는데, 내용이 불분명하다.

'침의 진통 기전' 논문에서는 관문조절(gate control)이론, 상위 뇌와 신경전달물질의 역할, 그리고 시상하부의 기능 이론 즉 감각신경의 말초와 중추신경계의 통증기전 등에 관해 의학이론을 끌어다 설명하고 있다. 경혈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이론으로 침술의 효과를 설명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경혈의 효과는 전혀 없다는 반증(反證)이 되어 버린 셈이다. 

대한한의영상학회 강연에서 언급한 "경혈(經穴)에 침을 놓으면 Acupuncture signals은 구심성 신경(神經)을 통해"라는 내용과 고서의 한의학 이론이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은 [의협신문] 2021년 2월 13일자에 '침술에 대한 학계의 평가' 칼럼을 통해 침술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플라시보 효과 연구의 권위자 하버드대의 테드 캡척(Ted J. Kaptchuk) 교수는 2011년 최고의 의학저널에 가짜침을 맞은 천식 환자들이 알부테롤을 복용한 환자들만큼이나 증상이 호전됐다고 느끼지만, 1초 강제호기량을 측정해보면 알부테롤과 달리 호전이 없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2006년에는 혈자리가 아닌 곳에 피부를 관통하지 않는 가짜침을 맞은 그룹이 가짜약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통증과 증상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BMJ'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말에 '침술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s in acupuncture)'라는 제목의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침술이 플라시보 효과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다(The question of whether acupuncture 'is it more than placebo effects' still has room for interpretation)'라고 학계의 종합적인 평가를 요약했다." 

학계에서 플라시보 효과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침술'을 우대해야 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영 대구한의대학교 교수(경혈생리학연구실)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고전 한의학에 따르면 경혈은 기(氣)가 모이는 장소로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으로, 20세기 수많은 연구에서 경혈 특이적인 해부학적 구조를 밝히기 위해 시도하였으나 그 실체를 규명하는 데 실패하였다. 아직까지 경혈 특이적인 해부학적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라고 밝혔다.

신경(神經)은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가 1774년에 Tafel Anatomia(네덜란드어 해부학책)의  nervus를 최초로 번역한 용어다(주 : 延世醫史學 제9권 제1호 : 92-103, 2005년 9월 Yonsei J Med Hist 9(1) : 92-103, 2005 解體新書 Kaitai-Shinsho).

이처럼 250년 전까지도 한방에서는 감각과 운동 등의 기능을 하는 신경의 존재조차 몰랐다. 해부학적 위치조차 실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경혈을 어떻게 신경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해부학 창시자인 갈레노스(Claudius Galenus, AD 129∼199)는 원숭이를 해부해 총 12쌍의 뇌신경(腦神經) 중에서  7쌍을 구분했으며, 심장판막, 정맥과 동맥의 조직상의 차이, 뇌의 목소리 조절 연구를 위한 되돌이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 결찰, 근육조절 연구를 위한 척수 절단 실험 등을 통해 신경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해 나갔다.

이렇듯 의학계에서는 해부학 연구와 실험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신경계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 아울러 신경과 통증 기전의 연관성에 관한 객관적·과학적·생리학적인 연구를 통해 실체를 밝히고, 통증 조절 연구와 더 효과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오늘날, 급성통증의 만성통증으로의 전환 기전, 말초신경에 작용하는 약물, 중추성 활동 약물, 항염증성 약물(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항뇌전증약(gabapentin,Pregabalin, Lamotrigine, Oxacarbazepine, Zonisamide), 마약성 약물(Fentany, meperidine, methadone, Oxycodone, hydromorphone, hydrocodone,pentrazocine, nalbuphine, butorphanol , buprenorphine), 항불안제 등을 비롯해 다른 기전의 약제(NMDA 수용기 길항제, Adenosine) 등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의사들은 동일한 의학이론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시술·약물치료 등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치료법을 공유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을 함께 증진시키는 것이 '의료'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한의계는 해부학적 구조와 실체를 규명하지 못해 베일에 싸여 있다고 하는 경혈과 경락을 불변의 진리인양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의학 이론과는 관련이 없는 의과 의료기기로 진단하겠다거나  의약품까지 사용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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