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구 지음 / 소소리 펴냄 / 1만5000원
여강의 침향
들려오기에 침향은 오래전부터 전해와
조화를 품어 온 지 수 천 년이 되었다
원래 오래된 물건은 신비가 많다지만
신기어린 그 기미는 쉽게 변하는 법
신륵사 부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생각 없는 열강의 배는 많이도 늘어섰다
저들이 비록 어려운 일이 없다지만
우레치고 풍우 일면 하늘이 무서우리
- 만락헌 장석인
"'여강의 침향'이라는 시를 통해 만락헌 장석인 선생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와 곧 닥쳐 올 위기를 인식 못한 채 오만방자하고 경거망동하는 세태를 엄중히 꾸짖고 있다. 우국충정이 깊이 새겨진 시"라며 장석인 선생의 시로 서문을 여는 장성구 선생의 두 번째 수필집 '여강에 부는 바람'.
그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땅과 하늘 사이를 제멋대로 희롱하던 종달새가 그립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푸른 꿈을 간직했던 봄은 지나갔다. 봄은 또 돌아온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미화된 허구"라면서 "사람이 겪는 시공간은 지나갈 뿐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봄은 돌아왔지만 사람의 마음과 육신의 시간은 이미 흘러갔기 때문이다. 계절에 대한 착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연륜은 이미 아람 불어 얼굴을 내민 붉은 햇밤이 된 듯하다. 하지만 마음의 시각은 아직 가슴으로 맞는 세상일에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어 참 감사하다"고 적지않은 시대를 겪은 노학자의 깊은 통찰과 시인의 여린 감성을 전했다.
이번 수필집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여행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의창에 기대어 등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됐다.
세상을 살아가며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삶의 주변들을 풍부한 지식과 연륜있는 노학자이자 시인의 언어로 정갈하고 담백하게 적어냈다.
장성구 시인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불러내고 싶은 글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글에 이르기까지 한 그릇에 담아 보았다. 그 속에 투영되어 그려지는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지인들이 있다면 시간의 오솔길을 함께 걸으며 회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함께 전했다.
표지 그림은 월전 장우성 선생의 작품 '귀범(歸帆)'으로 장식했다.
장성구 시인.
경기도 여주 출생으로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39년간 봉직 후 정년 퇴임했다.
경희대병원장·대한의학회장·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대한암학회장·대한비뇨종양학회장 등 여러 학술단체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40여 편의 의학연구논문(SCI 논문 74편)과 의학 관련 저서(공저) 8권을 집필을 했다.
<문학시대> 신인상으로 시인으로 등단을 한 저자는 시집 '여강의 꿈' '능소화가 보낸 시' '이팝꽃 넘는 고개' '삶의 옹이가 관솔불 될 때', 수필집 '이 몸은 내 몸이 아니오' '여강에 부는 바람', 칼럼집 '종심의 언덕' '세상 위에 그린 마음', 평론집 '만락헌 장석인 평전' '만락헌 장석인 선생 유허비 건립기' 등 다수의 작품도 집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문학시인대회·수석회·한국의사수필가협회·한국의약평론가회·경의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