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어버린 꽃들이
숲 속 여기저기서 팡팡 터진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뇌졸중조현병뇌전증……
병이란 병은 모두 모여
비슷비슷하게 꽃을 피운다
봄은 무심하고 여름은 살랑거린다
기억은 요동치고 망상의 빛깔은 더욱 짙어진다
병명은 사라진 지 오래
생로병사는 지문처럼 희미하다
벌과 나비는 계절에 섞여 소용돌이 치고
생의 마지막 순간들이
몸 속 깊은 꽃을 캐느라 분주하다
이미 시든 꽃들이 미소 지을 때마다
섬망의 꽃잎 하나씩 추가된다
빵 터지는 오케스트라처럼
가끔 터져 나오는 청춘의 공갈빵들
괜찮아,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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