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0:40 (금)
법률칼럼 거짓청구로 인한 자격정지처분에 '고의'가 필요한지
법률칼럼 거짓청구로 인한 자격정지처분에 '고의'가 필요한지
  •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30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사 처벌·행정처분·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 목적·취지 각각 달라
자격·업무정지 '행정처분' 고의·과실 요건으로 하지 않아…주의해야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고의도 없는데 자격정지처분까지는 가혹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적지 않다. 특히 의료법은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 1년 범위에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거짓'이라는 문언은 사기죄 기망행위와 비슷해 보인다. 월평균 거짓청구금액과 거짓청구 비율에 따라 자격정지처분기간도 달라진다.

지급받을 수 없는 진료비임을 알면서 '고의로'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에만 거짓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의 주요 판결로 소개된 사례가 있다.

안과의사인 원고들은 시력교정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시력교정술 시행 전후에 진찰과 각종검사를 하고 그 진찰료와 검사료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

2012년경 대법원에서는, 시력교정술과 함께 이루어진 진찰료 검사료 등은 요양급여대상이 아니라는 법리가 처음 제시하였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원고들에 대해 환수처분을 하였고, 원고들은 소를 제기하였으나 행정법원에서는 역시 지급받을 수 없는 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보았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원고들이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였음을 이유로 의료법에 따라 자격정지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거짓 청구는 단순히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 청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로 거짓 청구한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며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의료법이 자격정지처분 사유로 정하고 있는 거짓 청구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석했다.

2심 법원은, 자격정지처분 요건인 '거짓 청구한 때'를 관련 법령에 따라 지급받을 수 없는 진료비라는 사정을 알면서 고의로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만이라고 제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 경우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하여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부터 단순히 청구할 수 없는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까지 불법의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사정은 처분 양정 단계 내지는 법원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심사 단계에서 고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설령 고의 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서 해석하더라도, 자격정지처분에서 문제된 진료비 청구가 대부분 2012년에 대법원이 시력교정술 전후 진찰료나 검사료를 요양급여로 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한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거짓 청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형사 처벌, 행정처분,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의 존재 등은 모두 각각 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리한다. 

고의도 없는데 자격정지처분이나 업무정지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행정처분은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근거 법률의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행정처분에서 고의를 요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대법원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52980 판결).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