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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의료체계 처참한 현실' 외면한 보도행태 '유감'

'소아응급의료체계 처참한 현실' 외면한 보도행태 '유감'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5.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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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남아 사망 관련 사실 다른 보도 의료진·병원에 비난 쏟아져
사명감·책임감 버텨온 의료진 위축…소아응급의료체계 붕괴 직면
소아응급의학회 "의료진 고충 충분히 인식…정부 개선 노력 촉구"

최근 5세 남아가 급성 후두염으로 응급실 진료 이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의료진과 병원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대회원 서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은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처참한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사건의 진실과 다르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언론의 행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먼저 유명을 달리한 아이의 명복과 함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이 사건의 실체는 구급대가 몇몇 병원에 환자 수용 여부를 전화로 문의한 게 마치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것처럼 보도되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부각돼 알려졌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통해 어려운 와중에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병원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는 진단이다. 

소아응급의학회는 "현재 국내에서 아픈 아이들은 병의원에서 적정 시간 내에 적절한 진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19 구급대는 소아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기 위해 한 시간 넘도록 전화를 걸어야 하고, 환자를 싣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그나마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간신히 찾을 수 있다"면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이 되지 않아 병실로 옮기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며칠 밤을 지새워야 하고,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해도 새벽부터 긴 줄의 대기를 해야만 겨우 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소아응급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해 지난 3월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개선 노력이나 변화의 움직임은 없다. 

소아응급의료의 위축도 우려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소아응급진료는 환자 특성상 진료 과정 자체도 쉽지 않은데다 보호자들과 소통 과정에서 고충이 많아 많은 의료진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일선 응급진료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다"라며 "진상 규명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아를 진료했던 의사가 마치 마녀 사냥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속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근근히 버텨온 소아응급 의료진이 사직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아응급의료체계 정립을 위한 부단한 노력도 다짐했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소아응급의료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고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바람직한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정립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왔던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학회는 회원 여러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회원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존경하는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원 여러분, 어려운 시기임에도 남다른 사명감과 열정으로 진료에 여념이 없으실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5월 6일, 5세 남아가 급성 후두염으로 응급실 진료를 받은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아이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사건은 구급대가 몇몇 병원에 환자 수용 여부를 전화로 문의한 것을 두고, 마치 구급대와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것처럼 기사 제목을 붙여 보도함으로써 사건의 진실과는 다르게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세간에 화제가 되었고, 어려운 와중에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병원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게 하였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한편, 해당 보도는 우리나라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픈 아이들이 병의원에서 최선의 시간 내에 적절한 진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19 구급대는 소아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기 위해 한 시간 넘도록 전화를 걸어야 하고, 환자를 싣고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그나마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간신히 찾을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이 되지 않아 병실로 옮기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며칠 밤을 지새워야 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해도 새벽부터 긴 줄의 대기를 해야만 겨우 가능한 실정입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이처럼 붕괴 조짐이 보이는 소아응급의료체계를 우려하여 2023년 3월 2일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https://kspem.org/bbs/notice/180). 그러나, 발표 후 100일이 가까워지는 현 시점에도 개선된 점이나 변화의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습니다.

아울러, 소아응급진료는 환자의 특성상 진료 과정 자체도 쉽지 않은데다 환자의 보호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고충이 많아 많은 의료진들의 기피 대상이 되어왔습니다만, 이번 사건으로 일선의 응급진료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진상 규명이 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아를 진료하였던 의사가 마치 마녀 사냥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속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근근이 버텨온 소아응급의료진들이 사직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소아응급의료의 현장을 지키고 계시는 의료진들의 고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바람직한 소아응급의료체계의 정립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왔던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회는 회원 여러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회원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023년 5월 30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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