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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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늘 아내를 껴안고 잔다
잘 다려진 교복처럼

빛바랜 아내 사진을 가슴에 품고 산다
중증 인지장애인 그는

손수건과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닌다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 대신 아내 사진만 슬그머니 내민다

적막한 외이도에 거친 풍랑이 일렁거려도

청각장애 2급인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고요하다

 

돌봄서비스에게도
요양보호사한테도

온종일 아내의 행방을 묻고 또 묻는다

부정망상인 그에게

하루가 지나면 망상의 지갑은 다시 채워진다

 

귀가 어두운 대신 촉은 밝아
아직 아내의 동선을 놓친 적은 없다

 

알쏭달쏭

맑은 표정으로 그가 외친다

난 괜찮아

 

곳에 따라 비 내려도

종일 흐린날 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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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2023-06-03 10:55:54
치매보다 더 무서운 병은 소위 의처증, 의부증이라 일컫는 부정 망상이다. 이 지겹고 끈질긴 망상 장애는 나이, 성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지신과 상대방을 피폐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에는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수면아래 잠겨 드러나지 않다가 경도 인지 장애나 치매처럼 이성의 고리가 풀리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루가 지나면 망상의 지갑은 다시 채워 진다. 귀가 어두운 대신 촉은 밝아 아내의 동선을 놓친 적은 없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