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공단 비합리적 협상 방식 비판…"회원 기대 부응하지 못해 송구"
"적정수가 책정 없어...재난 상황 발생 시 의료계 희생 강요할 명분 없을 것"
대한의사협회가 2024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상 최저치를 제시해 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준 결과를 낳았다"면서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은 2024년도 의원유형 수가협상에서 1.6% 수가 인상률을 제시했다. 1.6%는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을 시작한 이후 17년을 통틀어 최저치다. 2011년 2.0% 수가인상률 결정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충격을 줬다.
의협은 6월 1일 입장문을 통해 "높은 물가 및 임금인상률 상황 속에서도 감염병 최일선에서 일차의료를 책임지고 묵묵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회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전했다.
의협은 "이번 협상에서 건보공단 협상단 및 재정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인건비·관리비·재료비 등을 비롯한 비용 지출 급증에 따른 원가 인상 자료를 전달하면서 건보재정이 당기수지 2년 연속 흑자, 누적 적립금이 24조원에 이를 때까지 여전히 원가를 보전 받지 못하고 있는 의원유형에 대한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높은 물가인상률 및 임금인상률에도 종사자들의 고용 유지 등 의료 인프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원급의 현실은 외면한 채, 여느 때와 같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건보공단의 SGR 연구결과 순위를 토대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 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거시지표 등을 활용해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결국 거시지표의 반영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밴딩의 규모 및 결정과정의 불투명함, 협상 결렬 시 조정 절차 부재 등 기존 수가협상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 진료비가 100조원을 넘어섰음에도, 이처럼 예년과 유사한 밴딩 규모로 공급자 간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조장하는 협상 방식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는 건보재정이 적자일 때에는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해왔고, 흑자일 때는 보장성 강화 등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유로 저수가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고 꼬집으면서 "이제부터라도 적정 수가 책정에 우선적인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국가적 재난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수가 인상이 곧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가입자의 부담감은 이해되지만, 필수의료 등 보건의료시스템 붕괴의 근본적인 이유인 저수가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큰 비용부담으로 돌아와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앞으로 1년 후에 있을 2025년도 수가협상마저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라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