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성 내세워 졸속 강행...국민 건강권 위협" 비판
대개협 "졸속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즉각 철회" 촉구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와 기존 인프라에 대한 고려 없이 급히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대개협은 1일 성명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환자와의 소통은 중요한 치유 과정"이라면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최선의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 같은 공간에서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상호 간 신뢰와 안정감을 얻는 것이 치료 관계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비대면 진료는 이런 중요한 상호작용을 손상시키며, 화상 진료나 원격 모니터링은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대개협은 "진료의 질적 하락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아와 65세 이상 노인의 비대면 초진을 부분적 허용하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대개협은 "초진을 허용한 환자군은 질병의 증상 표현이 어렵고 그 발현이 비정형적인 데다, 디지털 매체의 활용이 미숙하다. 비대면 진료의 위험이 가장 크게 발생할 수 있는 환자군에 특별히 초진을 허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면 진료조차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비대면 초진을 허용함으로써, 대면 진료로는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 피해는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며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된다"고 꼬집었다.
또 '약 배송 없는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는 점에 대해서도 "대면 진료가 절실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비대면으로 하고, 누가 가져다준다 해도 동일한 약물의 전달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상황에 의구심이 든다"며 "비대면 진료에서 발생하는 시범사업 수가가 약국에도 가산되는 것도 탁상행정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비대면 진료는 다양한 부대시설과 진료 방법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추가되는 업무에 따른 가산 진료비로 이해할 수 있지만, 처방전의 접수와 약물의 조제 등 약국에서 일어나는 절차에 변화가 없음에도 30%의 시범사업 관리료를 책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개협은 "진료의 원칙을 져버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환자와 의사의 치유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고 각종 의료계의 현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의료 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하고 환자-의사 간 분쟁·소송을 광범위하게 유발해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의료 정책을 전문가들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편리성만을 앞세워 이리 급하게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다"며 "인간의 존엄성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가벼이 다루어져서는 안 되기에,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졸속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