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지자체 '경로당 비대면 건강진료' 위법 논란

집중취재 지자체 '경로당 비대면 건강진료' 위법 논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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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 '스마트 경로당' 사업 추진 경쟁...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 실시
건강관리 매니저가 혈압·혈당·간기능·심전도 측정 후 보건소로 전송 방식
법조계, "매니저, 의사 지도·감독 없이 혈압 등 측정 시 의료법 위반" 우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각 지방자치단체가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 사업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계획과 맞물리면서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의료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법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시행 및 확대하고 있는데,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나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등)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A 지자체는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 세부 추진계획을 통해 '경로당-보건소-의료기관' 간 비대면 ICT 기반 비대면 건강 진료계획을 밝혔다.

ICT 건강측정 키트를 활용해 비대면 건강진료 및 관리를 하겠다는 것인데, 건강관리 매니저가 경로당 내 ICT 건강측정 키트를 이용해 건강상태 상담 및 검진을 하고, 집적된 건강정보를 보건소로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매일 건강을 측정하며, 진료항목은 총 12종(혈압, 혈당, 폐활량, 검이경, 혈압, 요분석, 간기능, 심전도, 체중계, 흡역측정, 산소포화도)이다. 

또 보건소는 전송 받은 건강기록 데이터를 모니터링 및 관리를 하게 되며, 이상 징후가 발결되면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보건소에서는 공중보건의사가 주 1회 경로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실시간 비대면 건강 상담을 실시하며, 의료기관은 위험군 환자의 건강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 지자체는 경로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를 '스마트 경로당' 사업과 연계시켜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스마트 경로당' 사업이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를 얼마나 시행하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의협신문]이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하거나, 하겠다고 밝힌 지자체는 상당수였다. 의료취약지가 아닌 수도권인 서울시에서도 여러 구에서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지난 5월 24일에는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경로당 10곳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혈압, 심박수 측정 등를 실시했으며, 측정한 데이터는 간호사의 건강상담 때 활용하도록 했다.

이날 10개의 스마트 경로당 어르신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관악구청장은 "지금은 측정한 데이터에 대한 상담을 간소화 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건소 간호사와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중이고, 내년에는 스마트 경로당이 20∼30개 더 만들어진다"며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양천구는 지난 1월부터 '스마트 경로당' 10곳을 시범운영하면서,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를 일 대 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건강측정기기를 경로당에 비치해 주기적으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수집하고, 비대면 화상 플랫폼을 활용해 의료진과 맞춤형 상담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양천구는 사업계획 발표 이후 내부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한 결과, 비대면 화상 플랫폼을 활용한 의료진과의 맞춤형 상담을 여가 프로그램 진행으로 변경키로 하고, 건강관리 매니저는 간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으로 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정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태백시도 '스마트 경로당' 구축을 추진키로 하면서, 스마트 건강관리를 위한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추진하는데는 정부의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태백시의 경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한 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았고, 다른 지자체도 비슷했다.

어르신들에게 경로당 내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대면 건강진료 서비스의 경우는 현행 의료법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비대면 건강진료 사업은 '건강관리 매니저'가 매일 경로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ICT 건강측정 키트를 이용해 혈압 등을 측정한 뒤 건강정보 데이터를 보건소에 전송하는 형태다.

또 경로당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건강진료 사업은 건강관리 매너저의 무면허 진료행위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경로당 노인 대부분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규정한 거동 불편자(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아니어서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의료인과 의료인 간만 허용)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의료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 변호사는 "이 사업의 핵심 문제는 건강관리 매니저를 누가 할 것인지다"라면서 "건강관리 매니저가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경로당 노인들을 만나 계측이나 건강관리 행위를 단독으로 하는 것 자체가 의료법이 규정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간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건강관리 매니저를 한다면 더더욱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B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비대면으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건강상태를 채집하는 행위(건강측정 행위) 자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간호사가 단독으로 환자를 만나 채혈과 계측을 하는 일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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