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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징벌적 '기소' 필수의료 '붕괴'

의료행위 징벌적 '기소' 필수의료 '붕괴'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6.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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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 1인당 연간 기소 건수 일본의 265배·영국 895배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필수의료 형사처벌 면책 특례법 제정해야"
보건복지부 "의료인 의료사고 부담 충분히 인식…개선 방안 검토"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6월 7일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의협신문

의료계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의사 기소 남발이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려,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요구했다. 한국 의사 1인당 연간 기소 건수는 일본·영국과 비교해 각각 265배와 895배 차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6월 7일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현황 및 외국의 의사 형별화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주요 처분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한 우 원장은 "10년간 경찰에서 의사를 기소한 건수는 4397건이며 검찰은 2527건을 기소했다"며 "매년 기소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활동 의사 수 대비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별화 비율을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의사의 기소율은 높은 점도 짚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평균 의사수 13만 536명 중 검찰처분된 의사 건수는 758.8 건이며 이중 기소된 의사는 336.9건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일본은 41만 462명 입건 송치된 의사는 65.2건이며 기소된 의사는 4.2건이다. 

영국의 경우 2013년부터 2018년 동안 평균 의사 21만 6008명 중 경찰 접수 24건 중 기소된 건수는 1.3건이며, 독일은 검사에 제출된 법의학 감정서 중 의료과실이 인정된 건수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404건의 사망 건수 중 17.2건으로 밝혀졌다.

한국 의사 1인당 연간 기소건수가 일본의 265배이며 영국의 895배인 것.

ⓒ의협신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의협신문

우 소장은 "인구가 많고 소송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미국에서 조차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라며 "지난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에서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으로 인한 경우는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 위반의 경우이며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에서 의사의 기소율이 높은 사유에 대해 국내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문구를 지적한 우 소장은 "일례로 독일은 수사결과 공소제기를 위한 '충분한 근거'가 밝혀진 경우 공소가 제기된다고 명시됐지만, 우리나라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명시됐다"고 짚으며 "폭넓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다보니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사를 혼내주면 사회 정의가 확립될 거 같다는 마음으로 기소를 남발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피해는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에 관해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내용의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당사자 간 합의됐을 시 기소권이 없고, 합의 불성립 시 의료분쟁조정중재를 거치고 조정이 불성립됐을 시 민사재판과 조건부 기소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의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과 검찰 내 의료사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법부의 판례가 필수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법원의 판결에 신중해야한다는 점을 제언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최자인 신현영 의원이 직접 발제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신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무과실 분만 국가 전액 배상법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착한 사마리아인 법 통과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밖에 ▲필수의료 정의와 범위 규정하고 구체적인 우선 순위를 심의 위원회서 논의 ▲모든 국민이 필수의료 동등하게 제공받을 권리 규정 ▲붕괴되는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 책무 규정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 실시 및 구체적 대안 마련 ▲필수의료 종사자 양성 및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지원 ▲필수의료 종사자 전문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기전 논의 체계적 진행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 및 면제, 국가보상체계 강화 규정 등의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제정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착한 사마리아인법과 관련해 대한응급의학회는 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재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를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줘야한다"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고 의료진이 환자 분류했는데 나중에 문제 생기면 결국 의료진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이 방어 진료를 하기 위해서라도 경증환자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한 사마리아인 법 등을 통해 형사 소송을 면책하는 법안이 생겨야 의료진도 환자의 안전 뿐 아니라 의사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의사의 권리를 위한 캠폐인 등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응급실 병상 및 의료진 부족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최재혁 이사장은 '응급실 뺑뺑이'라고 명시되는 표현을 '응급실 환자 안전사고'라고 정정한 뒤 "법적으로 응급의료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과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자의 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지난 1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며 "정부는 의료인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부담감을 완화하고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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