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에 따라 비 종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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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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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내 뼛속까지 우려먹고

제 형제들 우애마저 말아먹고도

장인 부의금까지 탈탈 털어 사라져버린

그 사기꾼 말야

 

빈털터리가 되어 동전처럼 찰랑거릴 때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라 궁기를 달래면서도

반지하는 답답하다고 컹컹 짖어대던

그 개새끼 말야

 

십년 만에 불쑥 찾아와서

유방암 걸린 제 마누라 병구완 힘들다고

죽은 영감처럼 칭얼대는

간도 쓸개도 배알도 없는

날강도 같은 놈 말야

 

멀리서 보면 내 아들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내 손주처럼 보이지만

모든 식솔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았던

그 사위놈 말야

 

그 곁에 바짝 달라붙어

나만큼 쪼그라든 말기암 내 딸내미

얼굴 한 번 볼 수 있으면

 

뼈마디 안부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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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 따라 비 2023-06-10 10:20:49
요양원에 안타깝고 애처로운 사연은 참으로 많다.
제 형제들 우애마저 말아먹고도 모자라 장인 부의금까지 탈탈 털어 사라져버린 사기꾼이지만, 십년 만에 불쑥 찾아와서 유방암 걸린 제 마누라 병구완 힘들다고 죽은 영감처럼 칭얼대는 날강도 같은 놈이지만, 모든 식솔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았던 그 사위놈이지만 결국 모든 걸 용서하고 만다. 마지막 소원은 말기암 걸린 딸내미 얼굴 한 번 보는 것이라니. 뼈마디 안부라도 전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니. 그나마 온전한 정신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