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news/photo/202306/150259_114460_4536.jpg)
내 뼛속까지 우려먹고
제 형제들 우애마저 말아먹고도
장인 부의금까지 탈탈 털어 사라져버린
그 사기꾼 말야
빈털터리가 되어 동전처럼 찰랑거릴 때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라 궁기를 달래면서도
반지하는 답답하다고 컹컹 짖어대던
그 개새끼 말야
십년 만에 불쑥 찾아와서
유방암 걸린 제 마누라 병구완 힘들다고
죽은 영감처럼 칭얼대는
간도 쓸개도 배알도 없는
날강도 같은 놈 말야
멀리서 보면 내 아들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내 손주처럼 보이지만
모든 식솔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았던
그 사위놈 말야
그 곁에 바짝 달라붙어
나만큼 쪼그라든 말기암 내 딸내미
얼굴 한 번 볼 수 있으면
뼈마디 안부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 형제들 우애마저 말아먹고도 모자라 장인 부의금까지 탈탈 털어 사라져버린 사기꾼이지만, 십년 만에 불쑥 찾아와서 유방암 걸린 제 마누라 병구완 힘들다고 죽은 영감처럼 칭얼대는 날강도 같은 놈이지만, 모든 식솔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았던 그 사위놈이지만 결국 모든 걸 용서하고 만다. 마지막 소원은 말기암 걸린 딸내미 얼굴 한 번 보는 것이라니. 뼈마디 안부라도 전할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니. 그나마 온전한 정신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