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식 교수님은 한국 내 근거중심의학의 도입과 확산에 대한 굳은 의지를 가지고 활동하셨습니다.

2004년 EBM연구회를 설립하여 근거중심의학과 관련된 중요한 서적들을 공동 번역하여 근거중심의학의 개념과 방법론을 의과대학 학생 교육에 도입 및 적용하도록 하였으며, 동년 국내 임상진료지침 개발 현황과 임상진료지침 개발 방법에 관해 연구결과를 보고하여, 임상진료지침개발방법의 표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한국코크란을 설립하여 한국 내 근거중심의학의 전초기지를 만들고, 2008년에는 대한의학회와 함께 '임상진료지침정보센터(KoMGI)'를 구축하여 국내임상진료지침 활용을 모색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국외로 확장하여 2011년 'Linking Evidence, Policy, and Practice'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8차 국제 지침 네트워크 컨퍼런스(G-I-N Conference)는 근거를 단순히 연구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정책과 임상현장에 적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Challenges to evidence-based health care and Cochrane'을 주제로 2016년 개최한 코크란 콜로키엄은 근거중심의학의 한계와 발전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안형식 교수님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의 중요성과 전문가의 의무이자 책임으로 전문적 지식을 사회에 이해하기 쉽게 환원하여야 함을 강조하였으며, 실제 임상현장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2014년 'Korea’s Thyroid-Cancer Epidemic- Screening and Overdiagnosis' 논문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이라는 영향력 있는 잡지에 게재해 한국의 의료체계 내에서 과잉 진단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국제적으로 과잉진단의 문제를 의료계에 중요한 과제로 인식시킬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에는 ‘Choosing Wisely Korea 캠페인’ 추진을 주도하여 국내에서 불필요한 의학 검사와 치료를 줄이는 데 목표를 두었으며, 2019년부터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정책개발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현명한 선택의 도입과 확산을 주도하였습니다. 2022년까지 이 캠페인은 한국의 22개 의학 전문학회로부터 인증을 받았습니다.

안형식 교수님의 지난 발자취는 근거에 기반한 의료서비스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한 끝없는 노력이었습니다.

안형식 교수님과 연구를 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종종 "이게 진실일지 몰라!"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이는 안형식 교수님이 평생을 거쳐 추구해온 '무엇이 진실인가? 우리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전문가로서 우리가 사회에 알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정신을 되새기게 합니다. 우리는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안형식 교수님의 타계는 복구될 수 없는 측정 불가능한 손실이지만 정신과 업적은 우리가 추억하고 기리는 동안 영원히 남는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안형식 교수님의 가족과 함께했던 모든 연구자들과 슬픔을 함께 하며 깊은 위로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업적들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스승의 지식과 정신을 모두 알지못하는 제자의 어리석음으로 그분의 가치를 충분히 알릴 수 없는 죄송스런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김현정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