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서울의대 교수 "폐색성→비폐색성 적응증 확대 기대"
돌연사 위험에도 인식 부족…숨은 환자 최대 20만명 추정
BMS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 치료제인 캄지오스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가운데, "제2의 포시가가 될 것"이라는 순환기내과 교수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포시가가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했지만, 심부전 치료제로도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빗대 캄지오스 적응증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이다.
김형관 서울의대 교수(순환기내과)는 6월 19일 기자간담회 연자로 참석해 "포시가는 현재 학계에서 당뇨치료제냐, 심부전 치료제냐로 싸움 아닌 싸움을 하고 있다"며 "캄지오스는 작용기전 자체가 적응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폐색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은 쉽게 심장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해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좌심실의 벽이 두꺼워지는 경우가 많고, 우심실과 좌심실을 나누는 심실 중격이 비대칭적으로 비대해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중에서도 두꺼워진 좌심실 근육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방해받는 경우를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이라고 한다. 반대로 혈류를 방해받을 정도로 좌심실 유출로가 막혀있지 않은 경우를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nonHCM, non-obstructive HCM)이라고 한다.
캄지오스는 현재 증상성(NYHA class 2-3)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성인 환자의 운동 기능 및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제로 허가 받은 상태다. NYHA(New York Heart Association Class)는 뉴욕심장학회에서 마련한 등급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심각한 증상을 의미한다. 'calss1'은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고, 'class4'는 휴식 중에도 심박 저하가 발생하는 상태로, 아직까진 치료제보단 수술 치료를 권한다.
김형관 교수는 "심장근육은 액틴 섬유와 마이오신 섬유로 구성돼 있는데 두 섬유가 결합하면 심장 근육이 수축되고, 분리되면 이완된다"며 "oHCM 환자의 경우, 액틴 섬유와 마이오신 섬유가 과도하게 결합돼, 심장 근육을 과하게 수축시킨다. 반면 이완은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혈류가 대동맥으로 피를 잘 뿜어내지 못하고, 압력 역시 상당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캄지오스는 액틴 섬유와 마이오신 섬유의 결합을 방해, 분리되도록 하는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심장 마이오신에 결합, 액틴 섬유로부터 분리 시켜 심장 근육의 이완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좌심실에 유입되는 혈액량을 개선할 수 있다.
캄지오스 3상 임상시험인 EXPLORER-HCM은 18세 이상의 NYHA class2~3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했다. 1차 평가변수는 NYHA 등급 유지 또는 개선 및 최고산소섭취량(이하 pVO2, peak oxygen consumption) 개선이었다. pVO2는 운동 시 소비한 산소의 최대량으로,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김현호 한국BMS제약 의학부 전무는 "1차 평가변수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캄지오스군이 위약군보다 2배 높았다. 캄지오스군 중 20%는 NYHA 등급과 pVO2 개선을 모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운동 후 좌심실 유출로(LVOT, 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폐색 지표 역시 4배 이상 감소했다. LVOT 압력차는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밀어내는 힘의 정도를 뜻한다. 만약 LVOT 압력차가 30mmHg 이상인 경우 좌심실 유출로에 협착이 있다고 판단한다.
김현호 전무는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10명 중 7명은 수술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 후 LVOT 폐색이 개선됐다"면서 "이러한 효과는 30주 간 일관적으로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LVOT 압력차가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기준인 5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는 캄지오스군 74%, 위약군 21%였으며, 이보다 더 낮은 3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는 캄지오스군 57%, 위약군 7%였다.
돌연사 위험에도 인식 부족…숨은 환자 최대 20만명 추정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해지면 실신, 나아가 심장 돌연사까지 이를 수 있는 병증. 심장 형태와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부정맥, 심부전 등 각종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심각한 질환이지만, 생각보다 드문 병은 아니다.
김형관 교수는 "한국에서의 HCM 유병률은 2010년 0.016%에서 2016년 0.031%로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상승 곡선의 경사도를 볼 때, 2020년과 2022년에는 상당히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대성 심근병증 진단 환자 중에서도 15∼20%가 oHCM에 속한다"고 전했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일반인구 200∼500명 일반 인구 당 1명의 HCM 환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이라고 한다면, 10만명에서 25만명의 환자가 있다는 얘기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적게는 7만 5000명에서 많게는 20만명 가까이 있다는 집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진단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수는 1만 9925명이다. 이중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수는 2578명이다. 하지만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중 약 85%는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보다 흔한 질병임에도 인식 부족으로 인해 진단되고 있는 숫자가 현저히 적다는 것. 인식 제고를 위해 최근 한국심초음파학회는 비후성심근증연구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심초음파학회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연수강좌를 통해 진단율 향상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대성 심근병증이 돌연사로 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의료인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신설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HCM 진단은 심전도 검사, 심초음파 검사, 심장 MRI를 통해 가능하다. 특히 심초음파 검사는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의 진단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진료지침(ESC)과 미국 가이드라인(AHA, ACC)에 따른 진단 기준은 최대 좌심실 벽 두께 15mm 이상, 최대 좌심실 벽 두께 13∼14mm이다.
김 교수는 "심장 MRI를 활용할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선별 검사 시에는 심전도 검사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다. 거의 유일한 진단 도구는 심초음파 검사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유전이 될 수 있어, 가족스크리닝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