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7년 노력 한계…20년 누적 적자 1745억원 발목
인제학원 이사회 "전 구성원 고용 유지…불가피한 선택"
환자 진료 서류 발급 진행…수도권·부산권 발전 방안 마련
개원 83년 역사를 쌓은 서울백병원이 1745억원의 경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원을 결정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앞서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 2011년, 2013년, 2019년 실시한 외부전문기관평가와 최근 진행한 경영컨설팅 결과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의료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해 서울백병원 매각 등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노조를 포함한 구성원들과 함께 향후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면서 "별도의 TFT를 구성해 서울백병원 전체 교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백병원 부지와 건물 운영 및 향후 처리 방안에 관해 인제학원은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백병원(상계백병원·일산백병원)과 부산지역 백병원(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으로 나눠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일산백병원 증축공사를 마무리하고, 수도권 백병원은 전문센터 위주로 재편, 진료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백병원은 미래형 의료시스템과 중증진료체계를 강화해 수도권 환자 유출을 방지하고, 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의 고용 유지 방침도 제시했다.
서울백병원은 현재 386명(전임교원 28명, 비전임교원 19명, 인턴 7명, 간호직 199명, 기타 일반직 133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백병원은 폐원과 관련, "형제 병원 전보 조치 등을 통해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폐원 시 환자 진료기록 발급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백병원은 이용 환자를 대상으로 안내장과 안내 메시지를 발송, 진료 관련 서류와 의무기록 발급 안내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치료 중인 환자는 타 병원 전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심지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지만 건강한 직장인이 근무하는 도심 공동화 현상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인접 지역에 포진한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강북삼성병원 등으로 환자가 발길을 돌리면서 2004년 73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적자 규모가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구 지역에 개원한 을지병원(1997년)·중앙대 필동병원(2004년)·이대동대문병원·(2008년)·중앙대 용산병원(2011년)·제일병원(2021년) 등이 경영 위기 속에 줄줄이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터전을 옮겼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이 줄줄이 떠날 때도 모병원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2016년부터 TFT를 구성해 7년 동안 시설 리모델링, 기금 유치, 인력 감축, 병상 축소, 외래중심병원 전환, 인턴수련병원 전환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면서 "인제학원 산하 4개 병원이 매년 30∼50억원을 쏟아부으며 회생을 응원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더는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서울백병원은 경성의학전문학교(서울의대 전신) 외과 주임교수인 백인제 박사가 1941년 우에무라외과병원 인수, 백인제외과병원을 개원하면서 82년 역사를 시작했다. 백인제 박사는 1946년 전 재산을 기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백병원'을 설립했다. 서울백병원을 기반으로 1979년 학교법인 인제학원과 인제의대를 설립하고, 부산백병원을 개원했다. 상계백병원(1989)·일산백병원(1999)·해운대백병원(2010) 등 백병원 산하병원의 모체병원이 서울백병원이다. 서울백병원 통합콜센터(02-2270-0114).
한편, 서울시는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서울시는 중구청에서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제출하면 열람공고 등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즉각적인 절차 이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서울시·중구청 등 관련 기관 간 긴밀한 협력구조를 구축하겠다"면서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적십자병원·강북삼성병원·세란병원에 대해서도 서울백병원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방침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그 역할을 지속해 나아가야 되며, 서울시도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