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 "의사 수 추계하려면 보건의료지표 함께 살펴봐야"
"기존 의사 수급 추계 연구 전제·추계 '오류'...붕괴 위기 필수·지역 의료 집중해야"
오주환 교수 "의대 정원 증원? 종로서 뺨 맞고 동대문서 화풀이하는 정책 안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1.41배 높아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의사 수 증원의 필요성을 주장한 기존 연구보고서에는 의사 업무량과 의사 추정 근무 일수 등 다양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사 수 수요를 추계할 때 수술 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 의사 외래 진료 건수, 입원 일수 등 다양한 보건의료서비스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6월 21일 의료현안 연속토론회 제2차로 '의사 수요와 공급 의료시스템 효율성·인구규모·건강상태와 연관한 체계적 접근 필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진행한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향후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 자료를 공개하며 "당장 10년 후에는 의대 정원 감원을 추진하자고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OECD 보건통계 2021]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활동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 3.6명보다 낮다. 전체 OECD 38개 국가 중 3번째다.
반면, 2010∼2020년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은 2.84%로 OECD 평균 2.19%보다 높고,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도 2.40%로 OECD 평균 1.70%보다 1.41배 높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의사 배출과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 수치를 빠르게 따라잡는다. 2040년 우리나라는 4.60명, OECD 평균 5.09명으로 격차가 0.49명 줄어들고, 2047년에는 우리나라 5.87명, OECD 평균 5.82명으로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5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한다고 가정하면 2031년부터 의사 배출이 증가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그때는 다시 의대 정원을 감원해야한다고 주장할 거냐"고 반문했다.
OECD 통계를 활용하려면 단순하게 의사 수 만 비교할 게 아니라 ▲수술 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 ▲의사 외래 진료 건수 및 입원 일수 ▲기대수명·영아사망률·암 사망률 ▲순환기 사망률, 회피·치료 가능 사망률, 자살 사망률 ▲코로나19 의료대응 ▲코로나19 초과사망 등 OECD 국가의 의료시장 현상을 함께 관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의사 수가 부족한데 우리나라에서 만큼 환자가 원하면 언제라도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우리나라는 14.7회로 1위로 OECD 평균의 2.5배"라면서 "국민 1인당 연간 외래방문 횟수는 17.2회로 OECD 평균 6.8회의 2배를 상회한다. 도시와 농촌간 의사 분모 밀도 차이 역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작다. 기대수명·영아사망률·암 사망률 등 보건의료서비스 지표상 최상위권"이라고 밝혔다.
이날 우봉식 연구원장은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기존 연구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며 "이 정도면 의사 수 괴담 수준이다. 의사가 부족해 전 국민이 죽을 것처럼 말을 한다"며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에 관한 검토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의사 수 증원의 필요성을 언급한 연구보고서는 지난 2021년 신영석 박사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와 2020년 김진현 교수(서울대 간호대학)의 '의사인력의 중장기 수급 추계와 정책대안' 논문 등이다.
신영석 박사는 2025년에는 5516명, 2030년에는 1만4334명, 2035년에는 2만 7232명으로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현 교수는 2020년 2만 4479명, 2030년 2만 5746명, 2040년 2만 7013명, 2050년 2만 8279명으로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 예상했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신영석 박사의 연구보고서는 의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전제 하에 분석했고, 의사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부 유형의 자료만 사용해 평균치를 적용했다"며 "추정 근무 일수도 실제 근무 일수와 격차가 크고, 의사의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을 간과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또 김진현 교수 논문과 관련해서는 "출발점부터 잘못된 추계"라며 "의사 1인당 생산성은 예측기간(2001~2008년) 동안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 비교했다. 2018년 의사 인력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2001년 대비 17.7%라는 전제하에 미래 의사인력 수급지수를 추계했는데 이러한 추계가 성립되려면 2018년에는 17.7%의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야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지금 당장 붕괴되고 있는 분야인 필수의료 분야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지역의료 문제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직의료인 규정 개정을 통한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요양병원 의사 인력 기준 개정을 통한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 방안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전공의 T/O 조정 ▲의사 재교육 또는 원로 의사 인력을 통한 지역의료 인력 확보 방안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오주환 교수(서울의대)는 '시스템마다 필요 의사 노동량과 양상은 달라진다'를 주제로 발제하며 "종로에서 뺨 맞고 동대문에서 화풀이하는 격인 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재의 의료서비스 공백과 불합리한 점들을 의사 수 증가 외 다른 정책적 대안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적극 구현돼야 한다"며 "그러나 의사 수 증가 주장의 등장만큼 충분히 정치적으로 가시적이거나 강력한 수준의 강도로 대안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느끼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문제점은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된다는 좋은 증거는 거의 없는데도 의사 수 증가에 양극화된 진영이 형성되어 과잉 논쟁에 매몰되는 것은 사회적 편익이 없고, 과잉 결정을 양산해 사회적 후생을 오히려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건 의사인력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지닌 국책연구기관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 결과에 비판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연구자의 전문성도 중요하고, 연구 수행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의사 인력 확충만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10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걸로 문제 해결을 못하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과장은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더불어 단기에 효과낼 수 있는 ▲전공의 의존 병원 운영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수가체계 정비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 다양한 교육 및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의대생과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의료인 근로여건 및 처우 개선, 업무 부담 경감, 의료사고 법적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