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정률 본인부담제 불만 목소리...총진료비 100원만 높아도 본인부담 2배
정부 본인부담률 개선 요구 5년 동안 외면...노인환자 불만 의료기관 떠안아
이필수 의협회장 "의료현안협의체서 노인 본인부담률 하향 문제 풀어나갈 것"
노인외래정액제 계단식 정률 본인부담제로 개원가들의 속이 터지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구간별로 본인부담금을 산정해 받아야 하는데, 몇 백원 차이로 본인부담금이 늘어난 것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의료기관과의 마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개원가는 제도는 정부가 만들어 놓았는데, 비난의 화살은 개원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구간별 본인부담금 가산율 조정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총 진료비가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정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의원급 1만 5000원 이하 1500원 부담)로 노인 복지 향상을 도모하고자 도입됐다.
기존 노인외래정액제의 경우 1만 5000원 이하일 경우 본인부담금은 1500원, 1만 5000원 초과부터는 총 진료비의 30%(정률)를 본인부담금으로 적용했다.
즉, 총진료비 금액을 초과하면 30% 본인부담률이 적용되어 65세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내야 하는 금액이 급격하게 올라가다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1만 5000원 초과부터 본인부담금이 갑자기 높아지다보니 환자와 의료기관 간 갈등, 의료 이용 왜곡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의료계는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노인 환자의 경제적 부담감을 보다 완화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는 노인외래정액제 단기 개선안(계단식 정률 본인부담)을 마련하고, 2018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선안에 따르면 1만 5000원 이하의 경우 본인부담금 1500원, 그리고 1만 5000원 초과∼2만원 이하 본인부담금 10% 적용,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본인부담금 20% 적용, 2만 5000원 초과 본인부담금 30% 적용토록 했다.
2023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진료는 1만 7320원(재진료 1만 2380원)으로 추가 치료 시 노인외래정액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일반 환자와 마찬가지로 30%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진찰료 등 의료수가가 매년 상승하는 등 여러 변동 요인이 누적되고 있음에도 노인외래정액제 구간별 금액이나 본인부담비율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째 고수하고 있다.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환자들은 본인부담금 구간에 따라 지불하는 비용 차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몇 백원 차이로 달라지는 노인환자의 부담률로 인한 불만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노인외래정액제 구간별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20일 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 제6차 의정협의체에서도 의협은 노인외래정액제 본인부담액 변경을 제안하는 등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 1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실무회의에서 의협을 비롯한 치협·한의협은 공동으로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의협·치협·한의협은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의 본인부담 적용을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하거나,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은 2만원(본인부담금 2000원)에서 초과되는 금액에 30%를 적용한 금액을 합산해 본인부담금을 책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노인외래정액제 본인부담금을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의료계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에서 본인부담금 발생 비율은 10% 보다 적고,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료기관 간 갈등은 이해하지만 구간별 본인부담금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개원가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의사회가 최근 회원을 대상으로 노인외래정액제에 대한 '평일'과 '토요일'에 대한 본인부담금 발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에서는 평일 본인부담금 발생 비율이 보건복지부가 밝힌 10%보다 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토요일의 경우는 54%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10% 이내 발생하고 있다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의사회 관계자는 "65세 이상에서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에서 본인부담금 발생 비율이 10%가 안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조사한 결과 발생비율이 20%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건복지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어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의 경우 토요일에는 본인부담금 발생 비율이 54%로 나타났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65세 환자분들과의 마찰을 감내하면서 높은 본인부담금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환자와의 마찰을 의료기관이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진료비가 2만원에서 100원만 늘어도 노인환자들의 본인부담 20% 구간(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사)에 해당돼 본인부담금 10% 구간(1만 5000원 초과∼2만원 이하)일때보다 2배 이상이 늘어나게 된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도 노인외래정액제 관련 개원가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면서 개선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2018년 개선안이 마련된 후 5년이 지나도록 노인외래정액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65세 노인들이 본인부담률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의료기관과 다툼으로 이어지다보니 신뢰관계가 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부담률 20% 적용을 15%로 낮추거나, 초과되는 금액에 대해서만 본인부담금을 책정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해 노인외래정액제로 인해 회원들이 현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에 대해 의료기관과 환자 간 갈등이 가장 많음에도 개선할 의지가 없어보인다"라며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반드시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